0과 1의 애프터라이프
“무슨 이야기인데?”
“여신님께 선택받은 자에게는 부활의 능력이 있대. 한 번 죽으면 그게 끝이 아니라, 완전히 처음부터 삶이 다시 시작된다는 거야. 지금의 삶에서 쌓아온 모든 것들은 깡그리 사라지고, 인생의 첫 단계로 되돌아가게 된대.”
그 말을 듣고 조금 쎄한 느낌이 들었다. 줄리엣이 얘기해 준 고향의 이야기는 어딘가 ~제로X제로~의 세계관과 닮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평화로운 게임이라고는 해도, RPG는 RPG였기 때문에 만에 하나 체력이 다하게 되면 죽을 가능성은 있었다.
물론 죽더라도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긴 하지만, 한 번 죽으면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므로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다. 죽은 그 자리에서 혹은 리스폰 위치에서 다시 게임이 이어지는, 플레이어가 약간 불사신인가 싶기도 한 보통의 게임들과는 다르게 말이다.
게다가 ~제로X제로~에서는 ‘리세마라’라든지 하는, 일단 죽고 리셋하는 데에서 오는 이점이 하나도 없었다. 직업도 그랬다. 캐릭터 생성 시점에서 직업을 하나 정하든지 아니면 중간에 전직을 하든지 하는 보통의 RPG와는 달리, ~제로X제로~에는 명확한 직업의 개념이 없었다. 그저 관심 있는 스킬을 파고들거나 플레이 스타일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사가 되기도 하고 주술사나 약초학자가 되기도 하는 식이었다.
인벤토리를 비롯한 각종 제한이 없으니 부캐를 여럿 생성해놓고 메인캐에 자원을 몰아줄 필요도 없고, 농지나 건물처럼 조금씩 사 모아두면 자동으로 돈이 벌리는 장치들도 은근히 많았다. 따라서 그만큼 공들여 키워놓은 캐릭터는 스킬도 많고 돈도 많으니 누구나 애지중지하기 마련이었으며, 실수로 메인캐가 죽게 되는 것만큼은 다들 피하려고 했다. 아무리 꿈을 꾸는 중에 뇌파를 이용해서 플레이하는 게임이라고는 해도,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것은 사실이니 아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너 혹시……. 어느 마을에서 왔어?”
의심스러웠다. 이 캐릭터, 혹시 본인이 NPC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는 걸까? 인공지능이 정말로 인간에 버금가는 추론 능력과 상상력을 탑재하고 있다면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에이, 지금은 사라져서 이름조차 남지 않은 마을이야. 전쟁 때문에 폐허가 됐거든. 고향 떠나 이 작은 도서관의 사서 일을 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고.”
“아, 그렇구나……. 괜한 걸 물어봐서 미안해.”
“괜하기는. 가끔 이렇게 고향 얘기 하고 그러면 나도 재밌지 뭐. 나중에 또 보자구.”
그리고 ‘나중에 또 보자’라던 줄리엣의 말은 비교적 빠르게 실현되었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