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친절은 디카페인 속에

어느 디카페人의 이야기

by 구의동 에밀리

우리 집에는 항상 두 종류의 캡슐 커피를 갖다 놓고 있다.


몇 년 전, 친구들이 결혼을 축하한다며 일리 커피 머신을 사줬다. 여전히 잘 쓰고 있는 고마운 물건이다.


오늘은 이걸로 라떼를 만들어 마셨다. 컵에 우유를 담고, 전자레인지에 1분 30초. 여기에 커피 캡슐 한 개로 에스프레소 샷을 내리면 완성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클래식 캡슐만 잔뜩 사뒀을 테지만, 임신한 뒤로는 디카페인 캡슐을 1:1 비율로 구매하고 있다. 루나가 태어나고 모유수유를 마칠 때까지 카페인을 멀리하고 살았더니, 카페인에 아주 예민한 체질로 변한 탓이었다.


‘그래도 카페인 함량이 원래의 10%까지는 있을 수도 있다니까……’


어디선가 들었던 정보를 떠올리며 컵을 손에 들었는데, 문득 집 근처 브런치 카페 스킵의 엊그제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떠올랐다. 디카페인의 공식 기준치는 10% 이하지만, 스킵에서는 카페인 함량 1% 내외의 원두를 쓰기에 임산부도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동안 돌도 안 된 루나를 데리고 매일같이 찾던 카페였다. “디카페인 되나요?”라고 여쭤보곤 했는데, 아직 생긴 지 얼마 안 되어 그런지 일반 원두만 가능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언젠가 메뉴판을 보니, ‘디카페인’ 선택지가 추가되어 있었다. 매상도 매상이지만, 아무래도 원두 한 종류를 더 구비해 놓는 손길에는 친절과 배려가 다소 스며있지 않았을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설렘의 가격은 4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