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nghai 1/4
갑자기 방랑벽이 도졌다.
얼마 전부터 갑자기 여행을 가고 싶어졌다.
국내든 해외든 상관 없이, 어디론가 불쑥 떠나고 싶어졌다.
그렇지만 돈도 돈이고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떠나지 않았다.
꿈 속에서 런던을 가고,
출근길에 공차에 들러 허유산 대신 망고음료 하나를 마셨다.
그러다 이 때가 아니면 안 되겠다 싶어서, 아주 작은 기회라도 생기면 잡는다는 생각으로 상하이 행을 했다.
1. 인천공항 가는 길
인천공항은 공항철도를 이용해서 갔다.
2호선을 타고 가다가, 홍대입구에서 하늘색 공항철도로 갈아탔다.
일반 열차 바로 뒤에 급행 열차가 뒤에 오길래, 탈까 말까 엄청 고민했다.
핸드폰으로 열심히 인터넷을 뒤졌다.
급행 열차는 말 그대로 "직통"을 하기 때문에, 서울역에서 인천공항으로 바로 간다고 한다.
9호선처럼 중간 중간에 서지 않는다.
그거 기다렸다가 속상했을 뻔.
공항에서 체크인을 했다.
체크인이 정확히 뭐지...
아무튼 여권을 보여주고, 비행기 티켓을 받고 수하물을 부쳤다.
수하물에는 자물쇠를 달았다.
다음에는 셀프 체크인을 시도해야겠다.
2. 기내식
출발이 왜 이리 늦나 했더니, 기체 결함으로 점검을 한다고 했다.
결국 한시간 정도 늦었다. 한시간 넘은 것도 같고.
비행기가 2시간밖에 날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아무 것도 없을 줄 알았다.
가이드북을 보다가 잠에 빠져들었다.
소란스러워서 깼더니 기내식을 나눠주고 있었다.
맛있어서 다 먹었다. (마카로니 샐러드 빼고)
특히 고구마 무스케이크! 너무 맛있었다.
3. 상해 유심칩
상하이에서 유심칩을 어떻게 써야 할 지 검색하느라고 인천공항에서 핸드폰 배터리를 절반이나 썼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핸드폰 충전을 하기 위해서는... USB 케이블 뿐 아니라 그냥 충전기도 가져가는 게 좋겠다.
단자를 모르니까.
인터넷을 보니까 2011년부터 해서 포스팅들이 쫙 있던데, 다들 하는 말이 달랐다.
누구는 200 위안 주고 샀다고 하고, 누구는 66 요금제 써서 500MB 받았다고 하고. (66 위안을 냈다는)
나는 최대한
1) 영어가 되고 쉽게 찾을 수 있으며
2) 200 위안을 부르지 않으며
3) 데이터를 500 MB 이상 주는
곳을 물색하기로 했다.
그런데 푸동공항 내려서 Arrivals에 나가자마자 "SIM Card"라고 써있는 곳이 있었다.
아래에 있는 사진을 참고!
다 발급하고 나가는 길에 찍은 거라, 저건 뒤편 모습이다.
수하물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어차피 시간이 있으니 여기서 심카드를 먼저 사기로 했다.
가격은 150 위안. (약 24,000원)
서비스는, 데이터 1GB에 통화 300분. (물론 중국 내 국내통화)
국제통화는 안된다고 했다.
더 싼건 없냐고 했더니, 없다고 했다. (사실 난 1GB 까지는 안 필요한데.)
150 위안이면 싼 건 아닌듯 했지만, 어차피 인터넷에서는 120 위안 예치금이 필요하다느니, 짝퉁 슈퍼에서 사면 대리점에 찾아가 등록을 해야 한다느니 하길래, 그런 번거로운 일들을 생각하면 별로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올레 kt 로밍보다는 나으니까, 로밍호구는 피했으니 목적은 달성한 셈이었다.
아니 무슨 로밍이 하루에 만 원이야.
아저씨가 심카드 자르는 것부터 개통까지 다 해줬다.
남들 하는 말만 들으면 중국인은 다 불친절할 줄 알았는데, 이 아저씨는 친절했다.
4. 푸동 공항에서 상해 시내까지
가이드북은, 푸동 공항에서 상해 시내까지 가면, 고생의 절반은 끝난 셈이라고 했다.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그저 남들 가는대로, 하는대로, 사는대로 따라가면 된다.
지하철 표 파는 곳을 찍긴 했는데, 너무 급하게 어두운 곳에서 찍느라 막 흔들렸다.
개찰구 옆의 유리방(?) 창구에서 사면 된다.
Wo yao mai jiaotongka.
나는 원래 교통카드가 30 위안인 줄 알아서, 100 위안 내면 70 위안 충전해주겠거니 했다.
그런데 20 위안이라고 해서, 그럼 그냥 80 위안 충전해주세요 라고 했다.
인민광장에 내려서 숙소로 향했다.
가는 길에, 대우에서 만든 버스를 봤다.
아무리 발전했어도 중국은 우리나라 버스를 쓰는 건가...?
그런데 대우에서? 아직도?
"옌안가오루"라고 하는 길을 따라 걸어가야 했다.
"가오루"라고 해서, 그냥 우리나라 고가도로같은게 위에 있을 줄 알았다.
아아 이게 육교일 줄이야.
짐을 번쩍 들고 다녔다.
처음에는 힘든 대신에, 나중에는 이 육교만 찾으면 집에 돌아가기가 수월했다.
Pheonix hostel
Laoshan hostel
Laoshan Kezhan
모두 다 피닉스 호스텔의 이름이다.
옆에 Laoshan 이라는 이름으로 음식점을 겸업하고 있다.
두 곳은 에스컬레이터를 같이 쓴다.
깨끗하다는 평과 벌레가 많이 나왔다는 평 (더러워졌다는), 이렇게 판이한 후기가 다 있었다.
과연 내가 묵는 곳은 어떨까.
후기는 나중에 올려야지...
찾아갈 때는 Baidu Ditu 어플을 미리 다운받은 후, "laoshan kezhan"을 치면 된다.
5. 예원 - 옛 것, 중국식 정원, 싸구려, 복원, 상업화.
원래는 그 유명하다는 난징동루와 와이탄을 먼저 가려고 했다.
그런데 비행기가 연착되어서 그냥 예원부터 가기로 했다.
왜냐? 예원은 5시에 매표가 끝나니까.
표는 9~11월에는 40 위안이다.
다른 때에는 30 위안일 때도 있다고 한다.
예원, 현지 발음으로는 위위안(Yuyuan).
"예"라는 이름을 붙인 정원인 셈이다.
예원 역에 내려서, 표지판과 인파를 참고해서 예원으로 향했다.
먼저 예원상성을 거쳤다.
고등학교 때 한 번 봤을 때 정말 신기했다.
우리나라는 왜 이런 걸 안 만들까? 하고 의문이 너무나도 크게 들었다.
지금 다시 와서 보니, 싸구려와 상업화가 섞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굉장히 독특하고, 중국이 아니라면 볼 수 없을 광경이라는 확신은 든다.
지금은 하겐다즈와 스타벅스같은 전지구적 체인점도 들어와 있다.
싸구려 물건을 파는 기념품 가게들도 많이 있었다.
예원 내부는 정말 볼만했다!
분명 예전에 온 적이 있는데, 이렇게 따로 보니까 더 상상도 많이 하고 자유롭게 느낄 수가 있다.
여기는 예전에 누가 아부지의 노후를 평안하게 해드리기 위해서 지은 정원이라고 했다.
그 당시 세도가문이어서 으리으리하게 지을 수 있었고, 18년 공사를 마쳐서 이렇게 되었다고 한다.
원래는 5만 제곱미터의 (지금도 크지만 두배나 더) 거대한 정원이었는데, 중국이 혁명 시기와 내전을 거치면서 철저하게 파괴되었다고 한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그리고 현재 중국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복원을 했다.
복원 당시에는 어디까지가 예원인지도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처참하게 훼손되었다고 한다.
그걸 생각하면 지금의 예원을 보고 옛날 이 정원을 만들 때의 모습을 상상하기가 힘들었다.
다리 계단을 이렇게 낮게 만든 것은 아버지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복원할 때 그렇게 한 것인지.
돌을 두드리면서 "콘크리트네"라고 하는 서양인도 있었다.
그리고 예원 내 건물들에서, 그림이며 인장, 기념품, 심지어 음식까지 파는 모습을 봤을 때는 충격적이었다.
나는 예원이 경복궁처럼 관리되고 있을 줄 알았다.
근정전에서 만두 파는 모습을 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애초에 여기는 그런 개념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원은 상상하기 좋은 곳이었다.
여기에서 그 많은 첩을 거느리면서 살았단 말이지.
소(小)천국이 따로 없네.
게다가 2층 누각들이 많아서, 저 2층에 올라가 정원을 둘라본다면 어떨까 상상도 해봤다.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텐데.
지금은 여기저기에서 분수도 나오고 하지만, 예전에는 수양버드나무랑 과일나무 심어놓고, 물 잔잔한 정원에서 풍월 읊으며 쉬었겠지 싶었다.
게다가 지금처럼 관광객으로 북적이지도 않고, 오로지 자신만의 공간이었을 테고.
6. 저녁 @비풍당 (bifengtang)
저녁은 비풍당에 가서 먹기로 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핫한, 홍콩식 음식점이라고 가이드북이 말했다.
실제로 가서 보니 딱히 젊은이들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여기 가는게 너무 힘들었다.
예원은 예원 자체도 그렇고 예원상성도 그렇고 길 찾기가 너무 복잡했다.
그래서 나는 Shanghai Laojie를 왔다갔다 하면서, 동서와 남북 둘 다 나있는 인민로(Renminlu)에서 헤매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Laojie를 되짚어서 갔는데, 이 때 보이는 거대한 건물...
그리고 2층 딘타이펑, 3층 비풍당 간판.
너무 배고팠다.
이따 맛있는거 먹겠다며 기내식을 안 먹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혼자서 완탕면 한 그릇 (egg noodle!), 새우 샤오마이인지 뭔지 딤섬 한 통, 홍콩식 아이스 밀크티 한 병을 먹어치웠다.
(거의 만원어치)
몽땅 맛있었다.
다 그동안 먹고 싶었던 음식들이었다. ㅠㅠ!
그런데 "홍콩식" 아이스 밀크티는 뭘까.
뭐가 다른걸까.
7. 와이탄과 난징동루의 야경
저녁을 거의 다 먹어갔을 무렵, 해가 점점 지는 것 같았다.
7시였나 6시였나.
금방 밤이 되어서 어두컴컴해지면 위험할텐데 어쩌지, 라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깜깜해지기 전에 와이탄에 도착할 수만 있다면, 거기서부터는 번화가니까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길 잃어 헤매지 않도록, 지도를 미리 열심히 봤다.
한 장 뜯어다가 꼬깃꼬깃 접어서 손에 쥐고 보면서 갔다.
그랬더니 확실히 덜 헤맸다. 진작 이렇게 할 걸.
위 사진은 외탄이 아니라, 외탄 가는 길에 찍은 사진.
아래 사진은 와이탄의 초입...이라고 해야 하나, 금융거리 모습.
한자로 쓰면 외탄, 현지어로 읽으면 와이탄이다.
귀찮아서 그냥 통일 안하고 맘대로 씀.
그러고보니 처음에 지하철 타고 갈 때, 상해 사람들이 상해말을 따로 안쓰고 그냥 북경 보통화를 써서 신기했다.
홍콩은 광동어만 쓰던데.
동방명주와 병따개 건물, 그리고 신기하게도 거대했던 "미래에셋"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병따개 건물은 꼭대기 부분이 에펠탑처럼 반짝반짝하고 있었다!
딱히 정각도 아니고, 따지자면 28분 쯤이었는데.
멀어 보이기는 해도, 바로 저 건물들만 향해 가면 와이탄이 보이겠거니 싶었다.
사실 그 21세기형 마천루들은 와이탄이 아닌, 강 건너 푸동 지역에 있는 건물들이었다.
와이탄을 걸어가니 파리에서 오르세 박물관 찾아갈 때 봤던 길을 걷는 것 같았다.
와이탄은 영국이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거라던데...
와이탄을 따라 계속 걸어갔다.
정말 잘 걷는다...
그러다 난징동루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보였다.
좌회전을 했지만, 가이드북에서 "엄청나다"고 소개한 것에 비해 별거 아닌 것 같아서 실망했다.
하지만 진짜는 더 멀리 있었다.
난징동루는 엄청 길다란 도로였다.
그리고 바로 초입에 대문짝만하게 나타난 이니스프리가 주던 충격.
이니스프리 옆옆집은 에뛰드였다.
에뛰드가 사실 중국거였을까...?
계속 걷다보니 어느새 보행가를 걷고 있었다.
차와 오토바이가 다니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걷는 거리였다.
여기는 샹제리제도 아니고, 인사동 거리도, 명동 거리도 아니었다.
뭔가... 뭔가 복합적인...
"만약 중국이 명동을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를 실현한 공간 같았다.
엄청 커다른 대로(大路), 엄청 큰 건물들, 엄청 밝은 조명과 간판, 엄청 많은 상점들, 엄청 많은 인파.
심지어 어디서는 리트리버같이 큰 개를 세 마리나 데리고 뛰어다니는 아저씨도 있었다.
장난감 상자를 던져 주고받으면서 노는 아이들도 있었다.
난징동루가 너무 길어서 걷기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코끼리열차처럼 천천히 돌아다니는 작은 열차도 있었다.
그렇게 안 비싸다고 듣긴 했는데, 저걸 타느니 그냥 걸으면서 산책하는게 나아 보여서 산책을 했다.
그리고 다니다가 허유산을 발견했다!
여기서 그렇게 먹고싶었던 허유산 음료를 하나 마시면서 숙소로 걸어갔다.
종류를 잘못 고른 것도 같지만, 이것도 맛있었다.
집에 가는 길에 비가 조금씩 뿌리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쏴아아아 퍼부었다.
백화점 입구에서는 "우산 하나에 10 위안!!! 10 위안!!!"이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유리 처마가 있는 어떤 매장 쇼윈도우 앞에서 비를 그었다.
나 말고도 두 명이 더 비를 그었다.
소나기는 5분도 안 되어서 잦아들었다.
그러나 번개는 계속 쳐댔다.
무서워서 후딱 숙소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