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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수포가 된다면

Shanghai 3/4 -1

by 구의동 에밀리

상하이에서 새소리와 함께 아침 산책을 했다.

별다른 생각 없이 임시정부를 방문했는데,

뜻하지 않게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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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루 일과를 한꺼번에 올리니까

올리는 나도 나중에 읽기에 너무 긴 것 같다.

오늘부터는 쪼개서 올리기로 했다.

돌아다닌 구역 단위로, 3개로 쪼개야지.


1. wagas에서 식사를


가이드북에서 wagas라는 곳을 추천했다.

카페인데, 아침 10시까지 샌드위치 반값인데다 맛도 좋다고 해서 갔다.

"대세계" 지하철역이 인민광장 역보다 숙소에서 훨씬 더 가까웠다.

진작에 여기로 다닐걸!

게다가 이 쪽도 엄청 번화했다.

막스 앤 스펜서도 있고.

어쨌든 wagas로 밥 먹으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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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메뉴들이 있었다.

바삭바삭하게 빵이 구워져서 맛있었다.

나는 스크램블 에그랑 토마토가 들어간 걸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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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 작은걸 시켰다.

딱히 아이스를 시키지 않았는데 유리잔에 나왔다.

만져보니 뜨거운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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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아Q정전"을 다 읽었다.

"아Q정전"이라고 제목이 붙은, 노쉰의 단편소설집을 들고 왔다.

비엔나 카페에서 책 읽으면서 살구쨈 케이크 먹으려고.

맨 처음에 나온 "아Q정전"은 wagas에서 다 읽었다.

재미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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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새소리와 함께하는 공원 산책


밥을 맛있게 먹고, 동타이루 골동시장으로 향했다.

가는김에 옆에 화이하이 공원이 있길래, 공원을 가로지르면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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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새 소리가 들려서 뭔가 하고 봤더니, 나무에 새장이 달려 있고 새들이 울고 있었다.

참새나 카나리아도 아니고 큰 새였는데, 이렇게 작은 새장에 갇혀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듣는 사람은 좋지만 새가 불쌍했다.

나가고 싶은지 새장 안을 푸드덕거리면서 날아다녔다.

얘는 우는건데 사람들 귀에는 오히려 그 소리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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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는 새 소리와 함께 별별 소리들이 있었다.

댄스 음악 틀어놓고 춤추는 아줌마 아저씨, 서로 안마 해주는 노인들, 운동기구 쓰고 있는 사람들,

그 와중에 공원에서 책 읽는 아가씨까지.


3. 동타이루 골동시장


화이하이 공원을 지나고 얼마 걷지 않아서, 동타이루 골동시장이 나타났다.

뜻하지 않은 때에 나타나서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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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북에서는 이른 아침에 오는게 사람도 많고 사진도 이쁘게 찍혀서 좋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늦게 일어나서 왔으므로, 이 때 아마 10시쯤 됐던 것 같다.

이른 아침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래도 사람이 꽤 다녔다.

특히 오토바이와 자전거, 혹은 (자전거 + 리어카)가 사람들이랑 섞여서 다녔기 떄문에 혼잡했다.

상하이는 교통에서 사람이 제일 후순위다.

사람보다 차가 먼저다.

차보다는 오토바이가 더 먼저다.

신호등은 별로 안 지키는 경우가 많다.

차도에 빨간불이 켜져도 오토바이가 그냥 지나가고, 녹색불이 켜져도 지나간다.

좌회전하는 차들은 보행자고 뭐고 자기들이 먼저다.

빵빵거리는 걸 시끄럽다고 생각하거나, "왜 빵빵거려"라고 생각하면 피곤하다.

그냥 빵빵거리는 거다.

심지어 앞에 아무도 없을 때도 빵빵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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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 사진을 더 찍고 싶었지만, 어차피 아무것도 안 살 건데 찍기가 민망해서 찍지 않았다.

상해 임시정부 터로 가는 길에 태평교 공원이 있었다.

호수가 있는 공원이었다.

조약돌을 깐 인공호수였는데, 물이 맑아서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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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상해에 가기 전에, 페이스북에 "상해 가면 뭘 해야 하나요"라고 물어봤다.

트위스트를 추고 스파이시 버거를 먹으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진심으로 추천해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중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터를 가보라는 친구가 있었다.

임시정부 건물이 그냥 내가 아는 그런 전시공간일 것 같아서 별 게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가보니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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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정부 터는 "마당루" 거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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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정부 건물에 들어가려면

입장권

을 끊어야 했다.

개인은 여권을 가지고 요 간판 옆에 있는 사무실에서 표를 끊어야 한다.

얼마였는지는 까먹었다.

여권을 안 들고 와서 잠깐 걱정했는데, 지갑을 뒤적이니까 아무 말 없이 표를 끊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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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표를 끊어야 하는지 몰랐는데, 다행히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만났다.

가이드로 보이는 분에게 여쭤봐서 요 아래 사진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 표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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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정부 건물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물론 저 뒤에서 누군가 사진 찍는 소리가 들려오긴 했다.)


단체 관광이었으면 휙휙 보고 설명 듣고 지나갔을 장소였는데, 혼자 와서 보니 충분히 생각을 하며 둘러볼 수 있어서 좋았다.

침실 겸 집무실로 쓰던 백범 김구 선생의 집무실.

좁은 계단.

화장실같지 않은 화장실.


요원들, 군인들의 단체사진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처음으로 짚어가며 봤다.

한 명, 한 명 마다 사연이 있는 사람이었다.

걱정하시는 부모님이 계실거다.

어차피 우리는 빠져나갈 수 없는 곤궁에 빠졌으니, 차라리 친일을 하자는 친구를 뿌리쳤을 거다.

오늘날의 어떤 사람들이 이들을 닮아 있을지 상상해 보았다.

TV에 나오는 그 누구도 대입되지 않았다.

이 사람들은 절대로 부귀영화를 위해 살지 않았다.

꿈을 찾아서, 뜻 깊은 삶을 살기 위해 굳이 고통스러운 길을 택했다.


나는 불확실한 미래가 불안하다.

꿈을 쫓아서 사는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게다가 그 꿈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면, 얼마다 허무할까.

독립운동의 끝은, 외세에 의한 독립이었다.

결국에는 절반의 성공만 얻은 셈이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꿈을 위해 살았지만 결국에는 흐지부지 끝나버리다니.

나는 그런 불안한 미래를 견딜 수 있을까?


5. 신천지 - 카페에 앉아서 여유 부리고 싶은 곳


상해에 가면 뭘 해야 하나요, 라는 질문에, "신천지 가서 카페에 앉아서 책 읽어 ㅋㅋㅋ"라는 조언도 있었다.

찾아보니 아마도 가로수길이랑 비슷할 것 같았다.

한때 한적하고 분위기 있었지만 지금은 북적거리고 비싸기만 한 곳.

하지만 막상 가보니, 그렇게 소란스러운 곳은 아니었다.

괜찮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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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에는 디자인 소품 가게노천 카페가 많았다.

노천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 너무 대낮이므로, 여기서 책을 읽기에는 좀 아까웠다.

게다가 아침에 밥 먹으면서 이미 아큐정전을 읽었다. ^_^

상해에는 하겐다즈 매장이 많다.

견물생심... 먹고 싶었지만 내가 아는 그 맛일 것 같아서 그냥 안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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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를 벗어나서 타이캉루 예술인 단지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애플스토어가 나타나서 구경했다.

다음에 핸드폰 바꿀 땐 아이폰으로, 그리고 혹시라도 태블릿을 산다면 아이패드 미니를 사야겠다.

기본 어플이 이렇게 깔끔하고 빠르고 이쁘다니!

돈이랑 잇속에만 혈안이 된 삼성이랑 너무 비교된다.

정말 삼성이 그럴지는 내부인이랑 얘길 안해봐서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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