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슝 여행기
조식이 포함된 구성으로 호텔을 예약했다.
대만 사람들은 아침 식사를 주로 밖에 나가서 사 먹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조금 망설여지기는 했다. 인당 1~2만원은 기본으로 하는 호텔 조식을 신청하는 편이 나을까? 아니면, 마침 아침에 조식하는 문화가 발달한 나라를 방문하니 겸사겸사 밖에 나가서 사 먹도록 할까?
그래도 결국에는 조식을 신청했다. 숙소 근처에 있는 유명한 아침 식당들을 검색해 봤지만, 솔직히 아침에 부지런하게 나가서 똑부러지게 식사를 주문하고 먹을 자신이 없었다.
물론 죽에다 요우티아오(중국식 꽈배기)를 찍어먹거나 계란 부침개(딴빙)를 시켜 먹는 것도 재미는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과연 평일 아침의 부산스러운 틈바구니에서 내가 종업원이나 제대로 부를 수 있을까? 생각할수록 자신이 없었다.
결국 이번에도, 아침마다 겨우 세수만 한 채로 어기적거리며 호텔 뷔페에서 주는대로 주섬주섬 골라 먹기로 했다.
대만 가오슝에서는 ‘호텔 두아 (Hotel Dua)’라는 숙소에 묵었다. 인터넷에서 대만 여행 카페를 찾아보니 한국인이 많이 방문하는 숙소 중 하나였다. 조식에 대한 호불호가 조금 갈리는 모양이었는데, 나와 남편은 접시를 채우면서 감탄이 끊이지 않았다.
“여기 조식 되게 잘 나오는데?”
구성도 중국 음식부터 요거트와 빵까지 다양하고, 과일도 몇 종류씩 있었다. 물론 우리가 미식가는 아니어서 애초에 기대치가 낮았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껏 여행 다니면서 호텔 조식 먹어본 짬바가 있으니 아주 형편없는 입맛도 아니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했다.
우선은 죽 코너부터 돌았다. 대만 사람들도 그렇고, 중화권 사람들은 아침에 죽을 많이 먹는다고 들었다. 멀건 흰쌀죽에 요우티아오를 찍어 먹거나, 고기와 야채로 만든 갖가지 고명을 얹어 먹는다고 한다.
예전에 홍콩에서 짧게 인턴십을 했을 무렵에도 죽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현지인을 따라해 보겠다며 아침에 식당을 방문해서 죽을 주문했다. 그러고 나서 옆 테이블들을 보니 정말 듣던대로 죽에다 꽈배기를 찍어먹고 있었다. 그 모습이 중국어 교과서의 쉬어가기 페이지에서 본 그대로여서 더 신기했다. 하지만 가오슝에서는 호텔 조식을 신청한지라, 로컬 사람들 틈바구니에서는 못 먹으니 아쉬운대로 기분이라도 내 보기로 했다.
여기에 ‘호텔 두아’에서 꼭 먹어보라고 누군가가 권했던 병 우유도 하나 집어와서 첫 접시를 만들었다. 반면에 남편은 오믈렛과 따뜻한 음식 코너에서 가져온 요리들로 접시를 채워서 왔다. 따뜻한 음식 코너는 다음 날 아침에 공략할 대상으로 미뤄뒀던 나와는 사뭇 다른 구성이었다. 어차피 하루 아침 식사로 모든 요리를 먹으려 들었다가는 과식으로 점심까지 못 먹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투숙객들은 어떻게 담아왔는지 궁금해서 슬쩍 구경해보니 모두가 제각각인 구성이었다. 어떤 사람은 완전히 밥과 반찬으로 담아서 탕국까지 완벽한 동양식 한 상을 차려놓고 있었다. 또 그와는 정반대로 완전히 서양식인 사람도 있었다. 무려 식빵 토스트만 세 장을 가져와서 치즈와 잼, 커피, 수프 같은 사이드를 곁들여서 먹고 있었다. 식빵은 마트에서도 봉지째로 살 수 있다는 게 지론이었던 나로서는 시도하지 않은 방식이었다.
모두가 똑같은 조식 뷔페를 이용하는데, 이렇게 천차만별로 접시를 꾸리다니. 왠지 사람 사는 일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같이 한 세상을 살지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인생을 살아간다. 처음에는 다들 비슷하게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니는가 싶다가도, 어느 순간 옆을 돌아보면 ‘우와 이렇게 사는 방법도 있구나’ 하고 깜짝 놀랄 정도로 달라져 있는 셈이다.
조식도 내 마음대로 담는데, 인생 역시도 누구 눈치 보면서 살 필요가 전혀 없지 않을까?
(표지 사진: Unsplash의Rachel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