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nghai 3/4 -3
갈 때는 무서웠다.
어둠이 내리는 시간을 혼자서 굳이 찾아가야 했다.
하지만 와이탄 야경은 정말 예뻤다.
1. 마천루가 점령한 푸동
상하이는 마천루가 정말 많다.
타이캉루 예술단지 근처의 카페에서 느긋하게 커피 마시다가 루짜주이 역으로 갔더니 갑자기 21세기였다.
가이드북에서는 한사코 "류자쭈이"라고 읽지만, 나는 도저히 그렇게 읽고 싶지가 않다. ㅠ_ㅠ
lu jia zui 가 어떻게 류 자 쭈이 로 읽힐 수 있는 것인지.
다푸치아오 (dapuqiao) > 세기대도 (shijidadao) > 루짜주이 (lujiazui)
이렇게 지하철을 타고 갔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동방명주가 눈에 들어왔다.
너무 큰 게 눈 앞에 나타났다.
커다란 건물들이 많았다.
그것도 엄청 중국적인 대륙 스타일같은 건물들이 있었다.
중국평안 건물은 도대체 저 기둥들을
1. 무슨 생각으로
2. 어떻게
가져다 놓았을까 싶을 정도로 건물을 지어 놓았다.
기둥들이 우르르 쓰러질 것만 같았다.
무슨 기둥인지 잘 안 보이니까
확대샷.
육중한 로마네스크(?) 기둥을 무지막지하게, 일층부터 꼭대기까지 다다다 올려놨다.
저 멀리 보이는 병따개 건물.
병따개처럼 보이는 곳 윗부분이 아마도 전망대인 것 같다.
저 건물 전망대는 바닥이 투명해서, 걸어가면 마치 도시 위를 걷는 것처럼 아찔하다고 들었다.
이것도 확대샷을 함께.
원래는 야심차게 반드시 저 전망대를 걸어가겠노라 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너무 높고 아찔해 보여서 그만두었다.
다음에 남자친구랑 오게 되면 그 때 가기로...
이 근처에서는 사진보다 동영상을 많이 찍은 것 같다.
특히 저 병따개 건물 옆에, 아직도 짓고 있는 높디높은 길다란 원뿔 모양 건물이 인상적이었다.
너무 높았다.
잭과 콩나무의 콩나무가 쑥쑥 자란다면 저렇게 될 것 같았다.
그 동안 중국이라고 하면 "세계의 굴뚝"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지금 보니 상해에는 서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마천루가 솟아 있었다.
게다가 지금껏 화장실을 다녀봤던 걸 생각해보니, 거대한 고급 쇼핑몰들도 많았다.
슈퍼 자본주의의 현신 중에서도 이런 현신이 따로 없을텐데, 그런 국가가 공산주의 국가의 탈을 쓰고 있다니.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무서울 정도로 빨리 성장하는 나라인 건 확실해 보였다.
GDP 성장률 발표가 과연 제대로 된 수치인지는 알 수 없다고 해도, 어쨌든 자본의 성장이 무서운 나라다.
그 와중에 루짜주이 공원에서 (류자쭈이라고 읽기가 싫다..) 한적하게 앉아서 생각했다.
2. 완탕면,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정두(正斗)
홍콩에 있을 때 "정두"를 알게 됐다.
우리나라 하 모씨와 관련된 음식점이라고는 알고 있었는데, 유명한 것에 비해 가성비가 별로라고 들어서 안 가봤다.
그러다 오늘은 그냥 여기를 갔다. ^_^ (@ifc 몰)
찻값을 받았다.
한 잔에 5 위안.
마시면 또 따라주고, 또 따라주기는 한다.
그런데 휴지도 판다.
휴지는 좀 그냥 주지.
완탕면은 M이랑 L이 있었다.
소룡포를 같이 시킬까 생각하다가 그냥 완탕면 L만 시켰다.
L인데 너무 작은 그릇에 담겨 나왔다.
가성비가 안 좋기는 하구나.
비풍당 같았으면 더 싸게 먹을 수 있었을텐데.
그래도 맛은 있었다. ^_^
욕심 부리지 않고 소룡포를 안 시키기를 잘했다.
남기는 음식 없이 만족스러웠다. ^_^
3. 애플 스토어와 스누피의 출현
루짜주이 부근은 육교가 광범위하게 올려져 있었다.
거의 모든 블록을 육교로 다닐 수 있었다.
사실 횡단보도가 잘 안 되어 있음...
하긴 도로가 워낙 크니까.
육교를 돌아다니다가 ifc 몰 바깥에 있는 애플 스토어 원통을 발견했다.
애플 스토어는 오전에 다른데서 구경했으니까 따로 들어갈 필요는 없고.
그런데 자세히 보면,
거대 스누피 풍선
이 설치되어 있었다.
왜 설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거대 스누피 풍선과 작은 조무래기 인형들이 계단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인형을 누가 가져가면 어떡하지 싶엇는데, 역시 누군가 제복 입은 사람이 옆에서 감시하고 있었다.
4. 무서웠지만 아름다웠던 와이탄 야경
그리고 와이탄 야경을 보러 갔다.
와이탄에서도 와이탄의 야경을 볼 수는 있었지만, 강 건너에서 바라보면 더 한적하게 바라볼 수 있다고 했다.
게다가 전체를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아주 복작거렸던 지역에서 벗어나 강가를 향했다.
비교적 한산해지고, 날도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무서웠다.
혼자 가는데 누가 납치하면 어떡하지?
야경을 보려면 어두울 때 가야 하는게 당연하지만, 무서웠다.
게다가 앞에 가던 사람들 중에서 어떤 정신 산만해보이는 남자가 한 여자 팔을 붙잡았다.
여자는 "이거 놔 놔" 했지만 남자는 놓질 않았고, 나는 그 다음 타자로 잡히게 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알고 봤더니 걔네는 그냥 다 친구였지만, 무서운 건 가시지 않았다.
게다가 계속 걸어도 와이탄이 보이질 않아서, 꼬깃꼬깃해진 지도를 몇 번이고 다시 봤다.
그러다 점점 강변이 보였다.
하지만 좋은 강가는 카페가 점령하고 있었다.
더 가면 뭔가 나오겠지, 지도에 그렇게 되어 있는걸... 하면서 왼편으로 쭉 갔다.
갔더니 정말 한강공원같이 일부러 조성해 놓은 곳이 나타났다. ^_^
사진에서는 덜 느껴지지만,
엄청나게 큰 배들이 오가고 있었다.
배의 사이즈에 비해서 강이 작아보일 정도였다.
왼편에서부터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안 그래도 안개인지 스모그인지 하늘이 뿌얬는데, 저렇게 어두워지니 먹구름같아서 무서웠다.
바람도 불고 공기도 선선해지는 것이, 이러다 엊그제 겪었던 그 무서운 소나기가 퍼부으면 어쩌지 싶었다.
이 근처는 모조리 뚫린 하늘이라 비를 피할 곳도 마땅치가 않은데...
나는 아무래도 날씨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기우였다. ^_^
네이버에 "상해 날씨"를 검색해봐도 비 올 확률은 10% 뿐이었다. (구글을 중국이 차단한 바람에 네이버를 씀)
저건 진짜 그냥 날이 어두워지는 것일 뿐이었다.
그리고 점점 야경이 점입가경을 이루었다.
너무 아름다워서, "내가 이거 보려고 여기 왔구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돌아가는 길에 손을 흔들면서 "안녕 상하이"라고 중얼거렸다.
기승전 생과일주스.
원래는 "래플스 시티" 지하 1층에 있다는 "당병가"에서 펑리수를 사려고 했다.
하지만 당병가는 거기 없었다.
발만 아픈 가운데에 "휴족시간"도 못 찾았고, 앞에 어떤 사람이 매일신선 과일바에서 바나나 주스같은 걸 받아가길래 나도 먹고싶어서 하나 사왔다.
바나나랑 우유를 넣어서 갈아줬는데, 아무래도 바나나 우유를 산 것 같다.
게다가 배불러서 다 못먹었다.
그래도 맛있었다. ^_^
숙소에 와서는 카운터에다 샴푸 좀 더 달라고 했다.
알바생 아가씨가 자기가 가져다 줄테니 따라오라고 했다.
붙임성이 있는 아가씨라서 이야기를 했는데, 스무 살이고 남자친구가 부산 사람이라고 했다.
의사가 되고 싶은데, 학비를 벌어야 하기 때문에 알바를 뛰고 있다고 했다.
샴푸와 물비누를 한 움쿰씩 주어서 기분이 좋았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