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중고거래가 싫다. 내 중고거래의 시작은 중학생부터다. 왜냐하면 갖고 싶은 물건이 있는데 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부터 중고거래를 해서 물건을 잘 올리는 방법이나 빨리 판매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하지만 거래자와 가격을 조율하고 시간을 맞추는 일이 정말 피곤하기 때문에 이제 질려버렸다.
최근에 서울로 이사 오게 되면서 한 달 안에 갖고 있는 짐을 90% 정리했다. 마음 같아서는 본가에 버리고 오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면서 필요 없는 짐을 갖고 있을 때 얼마나 많은 신경과 에너지가 빼앗기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족에게 그 짐을 떠넘길 수 없었다. 결국 내 방을 책임지고 비워내기로 결심했다.
물건을 정리하는 과정은 예상대로 힘들었다. 이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물건이 어떤 경로로 들어오든 내 손으로 들어오는 순간 무조건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다.
물건을 정리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다.
1. 주위의 필요한 누군가에게 준다.
필요한 사람을 찾아봐야 한다는 것 자체가 일이다. 많은 람에게 물어보고 그 내가 직접 운반해야 한다.
2. 중고로 판매한다.
앞서 말했듯이 물건을 올리고, 시세에 맞게 가격을 조정하고, 거래자와 협상하고, 택배도 포장해서 보내거나, 시간을 들여 직접 만나야 한다.
3. 버린다.
작은 물건 같은 경우에는 비닐봉지에 묶어서 직접 버려야 한다. 그리고 침대나 냉장고와 같은 큰 물건은 내가 직접 운반해서 돈 내고 버려야 한다. (물론 돈이 있으면 내가 직접 옮길 필요가 없다.)
결국 어떤 방법으로 물건을 정리하든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후 새로운 집으로 입주했다. 물건을 정리하며 크게 고생했던 탓인지 새로운 물건을 들이는 것에 상당히 신중하게 되었다. 2년 뒤에는 또 다른 집으로 옮겨갈 테니까.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항상 물건을 책임져 오고 있었다.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그것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기고 있었다. 미니멀라이프 속에서 물건에 책임을 느끼는 순간 그 무게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