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km 마라톤을 완주했다. 결승선을 통과하고 대기장소로 돌아가는 길을 따라 기념품 부스를 들렀다. 물, 빵, 음료가 든 푸른색 반투명 봉투와 함께 메달을 받았다. ‘앗! 이거 어떡하지?’ 덥석 받아 든 메달을 들고 나무 벤치에 앉아 빵을 우걱우걱 씹으며 고민했다. ‘메달을 들고 갈까 말까?’ 내 힘으로 결과를 만들어낸 의미가 있는 순간이었기에 많이 고민됐다. 하지만 결국 메달은 가져오지 않았다.
메달은 지금 이 순간 들고 있으면 기분이 좋지만 집으로 들고 가는 순간 잡동사니가 되기 때문이다. 집에 걸어두면 지저분하고, 따로 보관하면 공간을 차지한다. 평생 몇 번 꺼내보지 않다가 이사 갈 때가 되면 다시 한번 갖고 갈 것인지 고민에 빠질 것이다. 존재만으로 나의 힘과 에너지를 빼앗아갈 것이 분명했다.
결국 메달은 기념사진만 찍고 쓰레기통에 버렸다. 갖지 않을 물건을 받아서 버리고 오는 것은 마음이 편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에는 포장된 채로 사진만 찍고 반납하고 오기로 했다.
요즘은 마라톤도 브랜딩을 해서 메달을 갖고 싶은 굿즈로 만드는 것 같다. 내가 다음에 참가할 대회의 메달은 예쁘던데. 실물을 보고 후 그냥 집에 올 수 있을까? 너무 예쁘면 소장해 버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