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오랜 시간 달린다고 말하면 지루하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말을 들으면 나는 지루할 틈이 없다고 말한다. 겉으로 보기에 같은 동작을 30분, 혹은 그 이상 반복하기 때문에 충분히 지루해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서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나는지는 달려본 사람 말고는 알 수 없다. 그 속에서 어떤 일어나고 있는 걸까?
1. 생각
달리기를 하면 정말 많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오늘 밥은 뭐 먹지?‘ 일상적인 생각부터 시작해서 ‘그때 내가 왜 그렇게 말했지?’ 갑자기 부끄러웠던 순간의 기억도 치고 들어온다. 그럴 때면 집중력을 잃러 버리고 어이가 없다는 웃음에 호흡의 박자를 놓치기도 한다. 그런 생각들 속에서 의식을 계속해서 아래 3가지에 집중을 유지하는 노력이 시작부터 끝까지 필요하다.
2. 호흡
가끔은 달리기가 리듬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호흡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일정한 박자가 있는 호흡은 몸을 지치지 않게 만든다. 런데이 앱에서는 산소가 혈액에 잘 공급되어서 그렇다고 한다. 달리기에는 ‘습습습습(들숨)후후후후(날숨)’, ‘습습후후’, ’습습후’, ‘습후습후’ 등 여러 가지 호흡이 있다. 이 호흡은 몸에 리듬을 만들고, 페이스에 큰 영향을 준다. 현재 마라톤 초반이고 내 에너지를 아끼고 싶다면 ‘습습습습후후후후’ 같은 긴 호흡을 선택할 수 있고, 내가 더 많은 에너지로 속도를 내고 싶다면 미리 ‘습후습후’ 같은 빠른 호흡에 속도를 맞춰나갈 수 있다. 상황마다 필요한 호흡과 박자를 선택하는 것도 전략이다.
3. 자세
잘못된 자세는 치우친 쪽으로 피로를 누적시키고 통증을 유발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가끔 무릎이 아프고 승모근과 뒷목에 뻐근함과 통증이 느껴진다. 통증은 집중을 흐트리고 피로가 빨리 누적되어 금방 지친다. 그래서 항상 내 몸상태를 체크하고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4. 페이스
페이스에 대하여 전문적인 지식은 없지만 페이스를 유지한다는 것을 ‘일정한 속도를 유지한다’ 정도로 알고 있다. 자동차도 엑셀을 밝고 브레이크를 밟고, 빨리 갔다가 느리게 갔다가 반복하면 더 많은 연료를 사용한다. 멀리 갈 수 없다. 더 멀리 가고 싶다면 발 끝으로 온 신경을 집중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시내주행 보다 고속주행 연비가 더 높게 나오는 것이다.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다. 잔잔하고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면 더 많은 거리를 갈 수 있다. 그리고 힘도 적게 들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러너는 매 순간 페이스를 체크하고 유지한다.
이처럼 러너는 달리는 동시에 많은 일을 한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하고 싶다. 운전하면서 도로상황을 읽고, 차의 상태를 느끼고, 지도를 보고 많은 일을 해서 지루할 틈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달리기는 정말 지루할 틈이 없는 재미있는 운동이다! 나는 오히려 30분만 달릴 수 있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앞으로 1시간을 달리면 어떤 경험을 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