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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칠하는 시간

by 글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시간은 조용히 흘러가 버린다.

그 흐름 속에서 나는 스스로를 바라본다.

시계의 시침은 밑그림을 그리고, 분침은 그 위에 색을 얹는다.

나는 그저, 시간이라는 캔버스에 조심스레 하루를 그려 넣는다.


오전은 커피와 습작으로 시작된다.

부드러운 햇살이 쏟아지고, 그 안에 커피 향이 잔잔히 번진다.

책장을 넘기며 어지러운 생각을 비워낸다.

아직은 세상과 한 걸음 떨어져 있고 싶은 시간.

차분히 펼쳐지는 문장들 사이에서, 나는 잠시 안식을 얻는다.


오후는 또 다른 색을 품는다.

창가에 기대 앉아 책을 읽다 보면, 마음속 생각들이 조용히 흐른다.

햇살은 더 깊고 따스해지고, 창밖 풍경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수채화가 된다.

흩어졌던 마음들이 천천히 모이는, 그런 여유로움이 오후엔 있다.

나는 그 안에서, 하루의 균형을 잡는다.


저녁이 되면 찻잔을 든다.

하루의 끝자락에서 따뜻한 물결을 입 안에 머금으며,

오늘이라는 시간을 다시 한 번 천천히 더듬어 본다.

차가운 공기가 스며든 밤에는 마음도 함께 차분해진다.

조용한 방 안, 고요한 숨 사이로 나는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 하루, 나는 이렇게 시간을 칠해 보았다.

각기 다른 색, 각기 다른 온도의 순간들이 모여 하루를 이루었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나만의 속도로 살아낸 하루였다.


너는 오늘, 어떤 색으로 하루를 칠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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