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향은 때때로, 심장을 찌른다

말보다 오래 남는 향, 마음의 어딘가에 남겨진 기억

by 글은

어떤 향은 조용한 직선처럼 스며들어, 마음 깊은 곳을 찌른다. 깊고 조용하게,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데려온다.


약간의 습기와 원두가 섞인 향을 맡을 때.

헤어지기엔 조금 이른, 그 순간이 떠오른다.

서로가 말없이 시간을 붙잡고 있던 골목 어귀.

가는 발걸음에 자꾸 말을 덧붙이던 우리.

그건 끝이 아니라, 더 있고 싶은 마음이었다.

향은 그런 마음을 조용히 꺼내 보여준다.

말하지 못했던 “조금만 더”라는 속삭임처럼.


그리고 또 어떤 향은, 기억을 천천히 불러낸다.

플로럴 하지만 우디 한 향수는 마음속 깊은 곳에 접어둔 감정을 가만히 꺼내놓는다.

그 사람에게 말하지 못한 마음,

혹은 말했지만 전해지지 않았던 마음.

향은 말보다 오래 남는다.

말로 전하지 못한 것들은, 향이 대신 데려온다.


그렇게 향은 일상 속에서도 우리를 붙잡는다.

갓 오픈한 카페의 원두향처럼.

주말 아침, 이불 밖으로 나가기 싫은 몸을

설렘 하나로 끌어올리는 힘이 있다.

지친 몸보다 먼저 깨어나는 마음.

그 향기를 따라, 우리는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향은 공간이자 시간이고, 감정이다.

이름 붙일 수 없는 기억들의 조각을

묵묵히 불러와 다시 꿰어준다.

우리는 향으로 기억하고,

향으로 다시 살아간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의 하루를 스쳐 지나갈 나의 향도

그 사람의 마음 어딘가에 남기를.

말보다 오래, 따뜻하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