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에 한 선이 있다.
얇고 여려서
다른 선에 묻혀 보이지 않다가도,
바람에 흩날리고
파도에 휩쓸려
문득, 눈에 띈다.
그럴 때면
어찌 이리도 아릴까.
어쩜 이리도 아련할까.
어쩌면
가장 두껍고 질긴 것이었는지도.
가장 잊었다고 믿었던 것이, 가장 오래 남아 있는 법이다. 시간 속에서 흐릿해진 줄 알았던 감정은, 특정한 장면 앞에서 다시금 또렷해진다.
바람결에 스친 어떤 향,
불쑥 들려온 음악,
멍하니 바라보던 바다의 수평선 같은 것들.
그럴 때마다 나는 ‘잊었다’는 말이 얼마나 불완전한 문장인지 실감한다. 감정은 붙잡히지 않지만, 결코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저 주위를 맴돌다, 가끔 스쳐갈 뿐이다.
그러나 그 스침은 때로, 무엇보다 깊고 또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