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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잊혀짐에 대하여

by 글은

늦은 밤마다 몰래 꺼내 바라본다.

말이 어눌하다고 다시 가르치고,

모양이 서툴다고 천 번도 넘게 다듬는다.


한 아이를 세상에 내보낸다는 건

항상 두렵고도 떨린다.

혹시 상처받진 않을까,

혹시 아무도 몰라주진 않을까.


그렇게 조심히 키워낸 시작을,

그렇게 매만지던 이름이

어느 날,

나 아닌 누구의 것으로 불린다면


나는 사라진다.

그 아이도 함께.


그러니,

그 이름만큼은 지켜야 한다.

시작한 이의 흔적이

끝까지 닿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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