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덜, 그러나 멀어졌다

내 취향을 찾아가는 레시피 3

by 글은

요즘 유튜브를 보다 보면

도징량을 줄여서 추출하는 영상이 부쩍 늘었다.

추출 시간을 단축하고, 원두의 캐릭터를 또렷하게 살린다는 설명들.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지금까지 가장 만족했던 내 레시피를 기준으로,

도징량을 줄여보기로 했다.


15그램, 15배 비율.

블루보틀 드리퍼를 사용했다.

추출은 30 80 130 180 240.

총 시간은 2분 40초에서 3분.

익숙한 동작들이지만, 그날의 물줄기는 조금 더 조심스러웠다.


결과는 예상보다 명확했다.

맛은 깔끔해졌다.

입안을 지나갈 때 군더더기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후미’—마지막에 남는 묵직한 여운—이 약해졌다.

산미는 여전한데, 향의 뒷받침이 따라오지 못한다.

코스타리카 원두의 매력은 바로 그 균형감인데,

이번에는 어딘가 비어 있는 느낌이었다.


추측컨대, 원두 양이 줄면서 농도가 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도징량을 줄이는 건 단순히 ‘덜 넣는 것’이 아니었다.

적게 넣더라도 진한 농도를 만들어야 균형이 맞는다.

그러려면 분쇄도를 더 가늘게 가져가야 했다.

커피는 생각보다 정직한 물질이라,

조금만 건드려도 바로 반응한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다.

20그램, 그 익숙한 감각이 주던 안정감이 그리워졌다.

한 잔의 완성은 꽤나 섬세한 것이였다.


조금 덜 내려면, 마음은 오히려 더 세심해져야 한다.

조금 덜 담았더니, 오히려 맛이 멀어졌다.

커피 한 잔이 이렇게까지 예민하다는 게,

요즘은 그게 또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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