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대학생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대학생, 직무 탐색, 현실 조언

by 문장담당자

"대학생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요즘 대학생은 진짜 대단한 것 같아요.”

이 말을 나는 진심으로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채용 트렌드, 공채가 사라지고 수시채용이 주를 이루는 구조, n개의 자격증과 인턴, 비교과 활동으로 경쟁하는 취업시장 속에서 대학생들은 살아남아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대단함 안에는 끝없는 불안이 숨어 있다.

“제가 뭘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해도 될까요?”
“지금 너무 늦은 건 아닐까요?”

나는 인사담당자로서 수많은 대학생들을 면접하고, 교육하고, 상담해 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요즘 대학생들은 스펙보다 방향이 없어서 힘들다.


자격증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는 힘

“무슨 자격증이 있어야 하나요?”
“어학점수는 얼마 정도가 좋을까요?”
“인턴은 꼭 해야 하나요?”

물론 이런 질문은 현실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늘 이렇게 되묻는다.
“그거 말고, 어떤 일 하고 싶으세요?”
그러면 대부분은 말문이 막힌다.

너무 많은 것을 준비하다 보니 정작 ‘내가 누구인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이다.

나는 대학생들에게 말한다.

지금은 ‘경쟁력’을 쌓기 전에, ‘이해력’을 키울 시기라고.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이해, 그리고 일이라는 것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한 이해.

그 이해가 없이 쌓은 스펙은 면접장에서 무너지고 일터에서 무의미해진다.


직무를 찾는 법, 간단하지만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것

요즘 대학에는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도 있고 ‘커리어 멘토링’도 많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대학생이 묻는다.
“직무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럴 땐 이렇게 조언한다.

1. 사람인이나 원티드에서 직무명으로 채용공고를 검색해 보세요.
‘기획’, ‘마케팅’, ‘인사’, ‘영업’, ‘구매’…
무슨 말인지 모르는 단어가 나왔다면, 지금 그걸 하나씩 공부할 타이밍입니다.
채용공고가 곧 산업의 언어입니다.

2. 직무 인터뷰 영상 or 후기글을 찾아보세요.
요즘은 브런치, 유튜브, 블로그에 너무나 많은 후기글이 있어요.
현업자들이 자기 일에 대해 말하는 글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3. 관련된 활동을 ‘한 번만’ 직접 경험해 보세요.
서포터즈, 공모전, 대외활동이 중요한 이유는 ‘그 일을 잠깐이라도 해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직무는 머리가 아니라 몸이 기억하는 거예요.

직무를 모르면 자소서가 막히고 직무를 알면 자소서가 풀립니다.
그래서 대학생은 지금 “나는 어떤 일을 좋아하게 될까?”를 묻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자기소개서는 정답지가 아니다

요즘 대학생들은 자소서 템플릿에 익숙하다.
“STAR기법으로 써야 해요.”
“앞에는 갈등상황, 뒤에는 해결과 성과.”
“이 문장은 너무 감성적이고, 이건 너무 추상적이래요.”

그래서 어떤 자소서는 정확하지만 무색무취하다.
누가 써도 이상하지 않은 문장, 어디에 넣어도 특별하지 않은 경험.

나는 오히려 ‘거칠어도 나다운 글’이 훨씬 좋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

“사실 그 프로젝트는 실패였습니다. 하지만 그때 저는 제 부족함을 처음으로 인정하게 됐고, 그게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이건 템플릿으로는 못 쓰는 문장이다.
하지만 면접관은 이런 문장에서 사람을 느낀다.

대학생은 자기소개서를 잘 쓰는 법보다 ‘나를 나답게 쓰는 법’을 먼저 익혀야 한다.


조급함은 이해하지만, 삶은 마라톤입니다

요즘은 3학년만 되어도 다들 말한다.
“이제 진짜 늦은 거 아니에요?”
“인턴 하나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친구들은 벌써 자격증 3개 땄대요…”

나는 그 조급함이 안쓰럽다.
왜냐하면 삶은 진짜 길기 때문이다.

30살에 취업해도, 40살에 방향을 바꿔도, 50살에 전공을 살려도 그건 늦은 게 아니라 그때 비로소 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물론 대학생일 땐 그게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 시절엔 조급함이 아닌 꾸준함을 선택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대학생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

마지막으로 정말 많은 대학생들을 만나온 한 명의 HR담당자로서 그리고 선배 문과인으로서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1. 불안한 게 정상이에요.
다들 그래요. 숨기고 있을 뿐이에요.
지금 흔들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오히려 건강하다는 증거예요.

2. 꼭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좋은 회사, 대기업, 고연봉이 아니어도 자기 언어와 자기 길이 있는 사람이 결국 남아요.

3. 지금 고민한 시간이 당신의 힘이 됩니다.
남보다 느린 만큼, 더 단단한 방향을 갖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 방향은 경쟁력이 아니라 생존력이 됩니다.


대학생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당신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을 준비하세요.
그게 가장 오래가는 실력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