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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왜 다시 공부하는가

HR, 인사조직·노사 MBA, 그리고 사람을 이해하는 일

by 문장담당자

"지금, 나는 왜 다시 공부하는가"


나는 지금 실무자다.
반도체 장비사의 인사담당자로, 과장이라는 타이틀로 이 조직 안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동시에 학생이기도 하다.
인사조직·노사 MBA 과정에 다니는 다시 공부를 시작한 사람이다.

회사에선 나의 학비 일부를 지원해 주었고 나는 그 지원을 단순한 혜택이 아니라 책임이자 태도로 받아들였다.

“이 공부는 결국, 회사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내가 다시 배우는 건, 나를 위한 것이면서도 조직을 위한 일이다.”

이 문장은 지금 내가 가장 많이 되뇌는 말이 되었다.


나는 왜 지금, 다시 공부하기로 했을까

“이미 실무 잘하고 있잖아.”
“그 바쁜 와중에 공부까지? 무리 아냐?”
“경력도 있고, 성과도 나오는데, 굳이?”

주변으로부터 이와 같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나는 그 질문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웃었다.

그들의 걱정을 알았지만, 나는 이미 내 마음 안에 확실한 대답을 품고 있었다.

“나는 사람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어.”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을 더 정직하게 마주하고 싶어서 다시 배우는 거야.”


실무자에게 공부란 다시 질문하는 용기다

실무는 빠르다.
결정을 내려야 하고, 기한 안에 일을 끝내야 하며, 사람의 복잡한 감정을 숫자로 환산해 보고하고 설득해야 한다.

그 안에서 ‘왜’를 묻는 건 불편한 일이 되고 ‘어떻게’를 고민하는 건 사치가 된다.

그래서 나는 공부가 필요했다.
현장에서 흐려진 질문을, 다시 또렷이 꺼내기 위해서.

MBA 수업을 들으며 나는 다시 물었다.

‘왜 사람은 보상보다 인정에 반응할까?’

‘왜 같은 평가제도에서 다른 감정이 생겨날까?’

‘왜 HR 제도는 ‘공정’을 말하지만, 사람은 ‘소외’를 느낄까?’

그 물음들이 나를 다시 실무의 자리로 데려갔다.

공부는 나를 떠나게 하지 않고 더 깊이 데려갔다.


나는 일하며 배우고 배우며 일한다

수업 시간에 배운 한 문장을, 다음 날 회의실에서 떠올리는 일.
조별 과제에서 나온 리더십 이론을 조직의 중간관리자 교육안에 반영하는 일.

실무와 공부가 서로를 침투하는 순간들 속에서 나는 지금 이 회사를 다시 배우고 있다.

이전에 그냥 넘겼던 메일 제목, 그저 답변만 했던 제도 문의, 평가 코멘트 하나하나가 지금은 모두 내가 이해하고 설계해야 할 언어가 되었다.

그리고 그 언어는 사람의 감정에 닿아야 한다.


배우는 사람이 된다는 것

나는 지금 직장인이고,
아내의 배우자이며,

한 아이의 아빠이고,
조직의 HR 업무를 리드하는 인사담당자이다.

그 다양한 역할의 겹 위에서 나는 ‘배우는 사람’이라는 이름을 덧붙였다.

물론, 배우자의 존중과 응원이 함께 했기에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배우는 사람' 이건 내게 혼란을 준 게 아니라 오히려 균형을 되찾아주었다.

하루하루가 빠르게 흘러가는 이 삶에서 공부는 나를 잠시 멈춰 세웠고 “나는 왜 이 자리에 있는가?” 그 질문을 매일 다시 묻게 했다.

그 질문이 지금의 나를 붙잡아주고 있다.


공부는 실력을 주지 않았다.

대신 ‘사람을 향한 자세’를 바꿔주었다

나는 여전히 실수를 한다.
누군가의 감정을 놓치고,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고, 제도와 사람 사이에서 균형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실수에 질문을 붙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공부가 만들어준 태도라는 걸.

“왜 이 결정이 이 사람에게 불편했을까?”

“내가 놓친 배려는 무엇이었을까?”

“다음엔 더 정직한 설명이 가능할까?”

그 물음 하나하나가 내가 사람 곁에 머무는 이유다.

그리고 그 질문을 버리지 않는 한 나는 인사담당자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지킬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지금, 나는 왜 다시 공부하는가

그 답은 복잡하지 않다.
그저 이 한 문장으로 충분하다.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어서.”

인사담당자는 제도를 설계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을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을 지키기 위해 나는 오늘도 야근 후 강의실에 앉는다.
조용히 노트를 펴고 그 안에 내 동료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다시 배운다.


지금 나는 인사담당자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생각하며 공부하는 사람이다.
그건 내 일이고,
내 오늘이고,
내일 내가 지키고 싶은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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