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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론은 왜 어렵게 들릴까

Chapter 5. MBA, 다시 공부하는 삶

by 문장담당자

"노사관계론은 왜 어렵게 들릴까 - 말투와 이해의 거리 좁히기"


MBA 수업 중 ‘노사관계론’은 언제나 나에게 조금 무겁게 느껴졌다.
단어들이 낯설었다.
단체교섭, 쟁의행위, 중앙노동위원회…

그 개념들은 책 속에서는 명료했지만, 현장에서의 느낌과는 어딘가 다르게 다가왔다.

나는 인사담당자로서 노사라는 말을 가끔 ‘눈치’로 먼저 배웠다.
누가 무슨 말을 꺼냈을 때 그 자리에 흐르는 공기의 온도, 눈빛의 방향, 그리고 문장의 말투.

책엔 나와 있지 않았지만, 현장엔 분명히 존재하는 그 감각을 나는 늘 조심스럽게 배워왔다.

“아, 그건 노사에 민감한 사안이라…”

“노조 쪽 반응을 한 번 보고…”
그 말들이 조심스럽게 오갈 때 나는 ‘노사’라는 단어가 의견보다 먼저 감정을 부른다는 것을 실감했다.

수업 때 교수님은 “노사관계는 결국 ‘소통’입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 소통은 언제나 쉽지 않아요.
말이 아니라 ‘말투’가 중요하니까요.”


나는 조직 안에서 수차례 노사 관련 이슈를 지켜봤다.
직원대표 선출, 취업규칙 개정, 근무제도 변경 그 어느 하나도 단순히 ‘결정’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항상 그 결정 사이에는
‘설득’과 ‘설명’이 있었고,
그 설명엔 ‘온도’가 필요했다.

“이 제도는 법적으로 문제없습니다.”라는 문장은 맞는 말이지만, 사람에게 닿는 문장이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바뀌면 어떤 점이 불편하실지 저희도 걱정됐어요.”
“그래서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고민했습니다.”
그런 말에서 비로소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법보다 먼저 닿아야 할 건 말투였고, 조항보다 오래 남는 건 태도였다.

노사수업은 종종 어려웠지만, 그 어려움이 나를 좋은 경청자로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이 수업이 법률과 제도를 배우는 시간인 동시에 사람 사이의 긴장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대화 훈련’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나는 언젠가부터 노사라는 말 앞에 사람을 먼저 두기로 했다.
“노사협의회”보다 “사람들이 불편함을 이야기할 수 있는 창구”
“취업규칙 변경”보다 “일터가 바뀌는 데 필요한 설명”

그렇게 단어를 바꾸고 나면 이해의 거리는 조금씩 좁아졌다.
그리고 사람들은 조금 더 질문을 던졌고, 조금 더 의견을 꺼내기 시작했다.

조직에서 필요한 건 합의이기도 하지만, 그 합의로 가는 길을 ‘말로 열어두는 일’이라는 걸 나는 이 수업을 통해 알게 됐다.

노사라는 말이 더 이상 어렵지 않은 건 내가 모든 제도를 외워서가 아니다.
사람의 말이 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고,
사람의 마음이 먼저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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