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주말 MBA, 평일 직장, 24시간 아빠

Chapter 5. MBA, 다시 공부하는 삶

by 문장담당자

"주말 MBA, 평일 직장, 24시간 아빠 - 삶의 균형과 배움의 시간"


사람들은 가끔 묻는다.
“회사 다니면서 공부까지 해요?”
“애도 있다면서, 그게 돼요?”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어요.”
그 말속엔 수많은 밤과, 잠든 가족 옆에서 켜놓은 노트북과, 차를 타기 전 또는 내린 후 핸드폰 안의 PDF 파일이 숨어 있다.


나는 지금
평일 주간엔 직장인,
평일 하루 야간과 주말엔 MBA 과정 학생,
24시간 동안 아빠이기도 한 사람이다.

주중에는 회의와 보고서, 일정 조율과 성과 정리를 하다가 수업 전 밤이면 학교 수업 교재를 펼친다.
인적자원관리, 성과평가·보상, 노사관계론, HR어넬러틱스·핵심인력관리, 경제학, 글로벌기업환경과윤리…
업무에 바로 닿지 않는 용어들이 낯설지만 배움이 나를 다시 긴장시키고, 다시 새롭게 만든다.


수업날이면 캠퍼스로 간다.

아이를 뒤로 하고 나올 때마다 조금 미안하고, 조금 아쉽고, 조금 기대된다.
강의실의 공기, 교수님의 말투 그리고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마주하며 나는 다시 ‘학생’이라는 이름으로 앉아 있다.

그 앉아 있음이 나를 견디게 하는 힘이다.

직장에서는 결과를 요구받고, 집에서는 책임을 요구받는다.
그 사이에서 나는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시간을 MBA 수업 시간에 얻는다.

왜 이 조직은 이 구조로 움직이는가.
왜 사람들은 성과 앞에서 감정을 숨기는가.
왜 어떤 리더는 사람을 따르게 하고,
어떤 리더는 조직을 떠나게 만드는가.

그 질문들이 내가 인사담당자로서 놓치지 말아야 할 시선을 다시 잡아주는 나침반이 된다.


물론, 쉬운 시간은 아니다.
강의를 듣다가 졸린 눈을 비비고 과제 제출 마감일에 회의가 잡히면 한밤중에 노트북을 켠다.

아이의 이유식 그릇을 씻고, 잠든 아내 옆에서 PPT를 정리하고, 새벽녘이 되어서야 겨우 오늘이라는 하루를 내려놓는다.

그럼에도 이 시간을 계속 이어가는 이유는 내가 ‘멈추지 않는 사람’이고 싶기 때문이다.

공부는 단지 지식을 얻기 위한 게 아니다.

나를 갱신하고,
삶의 프레임을 넓히고,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다.

MBA 과정에서 배운 개념들이 직장에서 바로 쓰이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사람을 이해하는 시선은 그 과목의 이름보다 훨씬 더 큰 자산이 된다.

회사에서 리더의 말투가 바뀌었을 때, 동료가 메신저 답장을 늦게 할 때, 회의 안에서 미묘한 공기가 흐를 때,
나는 더 민감하게, 더 조심스럽게, 더 넓게 바라보게 되었다.

배움은 곧 감각이고, 감각은 곧 배려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을 편다.
과제를 마치지 못했을 때의 초조함도, 배운 개념이 조직 안에서 작동하지 않을 때의 괴리도 이제는 모두
‘내가 계속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아빠이면서 학생이고,
학생이면서 직장인이며,
직장인이면서 누군가의 동반자인 나.

그 복잡하고 겹치는 이름들 속에서
나는 오늘도 한 걸음씩 걷고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