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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업무를 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본다는 것

Chapter 4. 사람을 보다, 인사를 이해하다

by 문장담당자

"인사 업무를 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본다는 것 - 가장 인간적인 기록의 자리"


"인사는 사람 보는 일이잖아."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어딘가 뻔하게 들렸다.
사람을 보는 일이라니 누구나 말할 수 있는 표현 아닌가?
하지만 이 일을 오래 하고 나니 그 뻔한 말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인사를 한다는 건,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고, 사람을 바라본다는 건 결국 사람을 믿는 일이다.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이력서를 받아왔다.
경력기술서,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
사람들이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써 내려간 문장들.
그리고 면접실에서 그 문장 뒤의 사람을 만났다.
어떤 이는 준비한 답을 잊어버렸고, 어떤 이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나는 그런 순간에도 그 사람의 ‘마음’을 먼저 보려 했다.


이 일을 하며 배운 건 사람은 언제나 말보다 더 많은 것을 품고 있다는 것.

누군가는 퇴사를 앞두고 나를 찾아와 “사실은요…”라고 이야기를 꺼냈고,
누군가는 승진 면담에서 “저는 꼭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라고 말했다.
그 말들 안에는 욕심도, 아쉬움도, 온기도 있었다.
그 모든 감정을 통째로 들어주는 게 내 일의 본질이라는 걸, 나는 이제 안다.

회의실에선 성과표를 보며 누구의 인상률을 조율하고, 면접장에선 사람의 대답을 정리하고, 퇴직 면담에선 마음의 결정을 마주한다.
그 과정 모두에 공통된 건 하나다.
‘사람을 기록하는 일’이라는 것.

나는 종종 자리에 앉아 그해의 채용자 명단을 다시 들춰본다.
그때 이 사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 지원서 안에 어떤 진심이 숨어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문득 나 자신에게도 묻게 된다.

“나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이 일을 하고 있지?”


인사는 숫자도, 제도도, 전략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 위에 있어야 하는 건 사람에 대한 감정, 이해, 그리고 기억이다.

나는 지금까지 누군가를 뽑기도 했고, 누군가의 성과를 정리하기도 했고, 누군가의 퇴사를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 모든 장면 속에서 나는 ‘공정함’과 ‘이해’ 사이를 오갔다.
때로는 제도에 기대었고, 때로는 감정에 흔들렸다.
하지만 딱 하나, 사람을 가볍게 보지 않으려는 마음만큼은 단 한 번도 놓지 않았다.

인사를 한다는 건 매일 사람을 대면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사람을 기다리는 일이기도 하다.

당장 보이지 않는 변화, 조금 느리게 자라는 신뢰, 말하지 않아도 읽히는 감정들.
그 모든 걸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진짜 인사를 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퇴근 후, 문득 책상 위 명함을 다시 본다.
‘인사팀’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고 내 이름이 붙어 있다.

그 작은 카드 안에 내가 해온 수많은 선택과 감정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니 괜스레 마음이 뭉클해진다.

나는 이 자리를 숫자로 설명하지 못한다.
나는 이 자리를 마음으로 기억하고 있다.

사람의 첫 출근과 마지막 퇴근 사이, 그 시간을 바라보는 자리.
좋은 일이든, 어려운 일이든 가장 먼저 듣는 사람.
그것이 바로, 내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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