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MBA, 다시 공부하는 삶
조직행동론 수업 시간, 교수님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리더십은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라져야 합니다.”
“권한보다 신뢰가 먼저이고, 성과보다 감정이 먼저일 때도 있죠.”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수업이 끝난 후,
노트북을 덮으며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그건 맞는데… 그렇게 되는 리더는 정말 드물다.”
나는 지금까지 다양한 팀장들을 봤다.
어떤 리더는 말을 아꼈고,
어떤 리더는 말을 너무 많이 했다.
어떤 리더는 사람을 믿었고,
어떤 리더는 결과만 믿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팀을 이끌었다.
책에선 명료하게 설명되는 리더십 유형들이
현장에선 늘 뒤섞이고, 부딪치고, 변형된다.
가장 인상 깊은 팀장이 있었다.
그는 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회의가 끝나면 꼭 한 사람씩 불러 “오늘 이 부분 정말 잘했어.”라고 말했다.
그 한마디에 팀원들은 자연스레 미소를 지었고 작은 피드백은 팀의 분위기를 바꾸었다.
조직행동론에서는 이를 ‘변혁적 리더십’이라고 불렀다.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행동을 변화시키며,
조직에 대한 몰입을 이끄는 리더.
나는 수업에서 그 정의를 보고
그 팀장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반대로,
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감정 회피형 리더’도 있었다.
문제가 생기면 회피하거나 이슈를 되도록 표면 위로 끌어올리지 않으려 했다.
“괜히 말 꺼냈다가 더 복잡해진다.”
“그냥 조용히 넘어가자.”
그 말은 결국 구성원에게 “당신의 감정은 지금 중요하지 않다.”는 신호로 읽혔다.
이론과 현실은 늘 간극이 있다.
그 간극 안에서 사람은 흔들리고 조직은 균열을 겪는다.
그리고 나는 그 틈을 조용히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어떻게 하면 이론을 현실에 조금 더 가깝게 가져올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크지 않다.
팀장에게 피드백 교육을 요청하거나, 성과평가 시 감정 피로도를 감안하거나, 면담을 통해 ‘말하지 못한 말’을 대신 기록하는 일.
하지만 그 작은 개입들이 조직이라는 이름 아래 ‘사람이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온도’를 만드는 일이라고 나는 믿는다.
조직행동론 책 한 귀퉁이에 나는 자주 메모를 남긴다.
“현실에서는 감정이 먼저 터진다.”
“갈등은 과제가 아니라 관계다.”
“리더십은 전략이 아니라 태도다.”
그 메모들은 나만의 교과서가 된다.
교실 밖에서 더 많이 배운 감정의 공식.
나는 이제 안다.
훌륭한 리더란, 모든 상황을 완벽히 조율하는 사람이 아니라
모든 상황 앞에서 ‘사람을 먼저 바라보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조직행동론을 공부할수록 이론보다 사람이 먼저 떠오른다.
이 과목이 나에게 가르쳐준 건 단순한 정의나 분류가 아니라 사람을 더 넓게 이해하려는 시선이었다.
그리고 그 시선이,
지금 내가 이 일을 더 오래,
더 진심으로 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