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말하면

by 정재광


*

니가 말하면

나는 두 귀가 다 뒤로 접힌

개가 되는 것 같아


어제는 달을 갉아먹다 잠들었거든

손톱만큼 남은 그림자가

목구멍에 걸려있어

네 손가락을 빌려줄래?


**

니가 말하면 나는

어깨가 녹아내린

밀랍인형이 되는 것 같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자음과 모음이

발목에만 모여있어

하루종일 불을 붙였거든

한 대만 빌려줄래?


***

목소리가 들리면

오래 전에 약속했던 타투가 일어나

말려버린 코와 속물같은 목에 겹쳐있던

목소리가 들리면

매거진의 이전글니가 좌회전 할 때마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