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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재미를 지키는 <나이트 크롤러>

by 정재광

LA 근교에서 좀도둑질을 하며 사는 루이스 블룸(제이크 질렌할)은 뭔가 제대로 된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다. 그럴 능력과 비전이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사고 현장을 촬영해 방송사에 파는 프리랜서들은 그에게 결정적 영감을 주었고 (그렇다 그건 영감이었다) 곧 그는 재능을 꽃피운다. 구체적 실천 방법과 경험이 쌓이면서 그가 성장하는 과정이 영화의 내용을 이룬다. 다만 이 성장은 이 영웅–혹은 괴물-의 외연에 해당하는 것이고, 그 내면의 결기와 그릇은 이미 처음부터 완성되어 있다. 다소 왜소하지만 그만큼 날카로워 보이는 몸과 얼굴은 그의 센스와 야망을 실어 나르기에 적절하다.

이 영화에 따르는 자연스러운 질문이 있다. 루이스 블룸은 왜 윤리를 무시하고 성공에 매달리나? 그는 마치 윤리 개념이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는데, 사실은 보도 윤리에 어긋나는 게 어떤 지점인지 촬영의 어떤 요소가 수사에 중요한 단서인지 너무 정확히 알고 있기에 예리하게 비켜갈 수 있다. 그리고 그거야말로 그의 비즈니스 성공 비결이다. 단순히 소시오패스의 만행이라고 한다면 다음 질문, 이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어떻게 태어나고 활동하나. KWLA(극 중 지역방송국)의 자극적인 장면을 소비하며 블룸을 사건 현장으로 내몬 것은 누구인가.

재미있는 건 영화가 이 두 번째 질문을 숨긴다는 점이다.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사업가의 성공가도를 강조하고 자극적인 소재들은 –클라이맥스의 액션까지- 양념으로 처리하면서 할리우드적 장르의 재미를 충실히 선사한다. 음악과 음향은 도덕적 질문이나 관객들의 불안이 아니라 주인공의 정서에 조응하며 이 영웅적 서사를 은근하게 감싼다. 그러니까 우리가 본 이 영화는 바로 그런 긴장과 자극을 일부러 보여주는 스릴러다. 잠깐 우리가 긴장과 자극을 즐긴다고? 지금까지 우리는 누구를 비판하고 있었던가. 누구의 성공신화를 따라가고 있었던가. 영화의 짙은 농도는 흡사 느와르의 냄새까지 풍기는데 상영관을 나서는 관객의 코끝에는 알 수 없는 블랙코미디가 남았다. (16.01.04.)

영화 <나이트 크롤러>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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