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 관찰일기_220325
우리와 지니는 알고보니 '울이'와 '진이'였다. 어떻게 적고 불러도 예쁜 이름이다.
울진이 둘은 입양처로 보내기 전에 검진도 더 해야 하고 가능하면 중성화도 해서 보내려고 한단다. 약간의 감기(허피스 바이러스 추정) 증세가 있어서 오늘도 병원에 다녀왔다.
두 아이가 한 격리장 안에서 지내는 게 무리라고 판단해서 우리가 좋아하는 뭉치맘님께 격리장을 하나 빌려 아이들을 나눠서 지내도록 하기로 했다. 약속 시간에 살짝 늦게 댁 앞으로 갔더니 뭉치맘님 부부 두 분이 밖에 나와계셨다. 비가 후두둑 쏟아지는데 격리장을 양손으로 드시고서. 우리는 얼른 내려 옮겨받았다. 비가 와서 우리가 차에서 안 내리게 하려고 그러셨단다. 옷이 비에 조금 젖어도 따뜻했다.
그런데 격리장을 받고서 울진이를 구조하신 쉼터장님께 들으니 두 아이가 서로, 아니 정확히는 울이가 진이를 너무 좋아해서 떨어뜨려놓으면 많이 울 거라는 거다. 일단 병원에서 나와 임보처로 돌아와 이동장을 열었더니 비좁은 와중에 참 나란하게도 앉아있었다. 산불에 터전도 잃고 먼 타지로 구조되어, 쉼터로 병원으로 옮겨다니는 동안에 둘이 얼마나 의지했을지, 그 모양만으로 짐작이 갔다.
진이네 집고양이 코코도 오늘 병원에 다녀왔다. 최근 혈변을 조금 봤었다. 방광염으로 생각되지만 증상이 심하지는 않아서 일단 진통제를 처방하면서 지켜보기로 했다. 고양이별에 가기 전에 방광염으로 굉장히 오래 고생했던 히리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양이 화장실 모래는 꼭 자주 갈아줘야 한다.
진이 새로 후원하게 된 다른 고양이도 지금 병원에서 입원중이라 잠깐 면회를 했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도대체 한 병원에서 몇 고양이와 연을 맺고 있는 건지...) 아무튼, 이 아이 이름은 '숙자'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후지 마비가 와서 병원에 오래 있었는데 다행히 회복의 기미가 약간 보인다고 한다. 좋은 마음으로 입양을 결정한 분이 계셔서 곧 데려가실 예정이다. 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당장 처치를 해줄 건 없지만 치료를 포기하고 입양처로 바로 가는 것보다는 최소한의 재활 과정이라도 시도해보고자 진이 치료비를 함께 지원하기로 했다.
진이 곧 이사갈 집에는 지금 구슬이만 혼자서 격리장 생활을 하고 있다. 아직은 이삿짐을 차근차근 옮기고 또 정리하는 과정인데 매일 가서 구슬이를 챙기고 있다. 나도 거의 동행하는 편이다. 구슬이는 작년 겨울과 함께 찾아온 아이다. 쓰레기로 뒤덮인 공터에서 시꺼먼 오수를 마시고 있어 놀란 진이 깨끗한 물을 줬는데 아이는 계속해서 더러운 물을 마시려고 했단다. 도저히 추운 계절을 나기 힘들어보여 구조한 뒤에 지금까지 보호 중이다.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될지 쉽게 말하기 어려운 처지다.
구슬이에게 가면 화장실 치우기는 내가 담당하고 있다. 우리는 응고형 두부모래를 써서 배변을 화장실 변기에 버린다. 그런데 이 집은 내려가는 구멍이 작은 편이라 배변조각을 아주 조금씩만 넣고 물을 내려야지 안 그러면 안쪽에서 막혀버린다. 그래서 조금 넣고 물 내리고, 조금 넣고 물 내리고 하느라 한참 변기 앞에 서 있어야 한다. 구슬이가 활동성은 거의 없어도 밥이랑 물은 잘 먹고 감자(소변덩어리)도 항상 크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갈수록 구슬이 감자가 작아지는 느낌이다. 오늘은 덩어리들이 너무 쉽게 변기 아래로 흘러가 버려서 서있을 것도 없이 금방 화장실에서 나왔다. 그게 조금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