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 관찰일기_220326
어제 비가 많이 오더니 오늘은 점심부터 날이 개었다. 햇살도 따스하고 공기도 맑고, 계절이 열리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동네 어린이공원에는 종종걸음을 걷는 아이와 가족들이 나와 한바탕 봄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바로 옆을 진과 내가 바쁘게 가로질렀다. 우리는 오늘 동네 밥자리 보수에 나섰다. 한동안 진이 너무 바빠 우리동네 밥자리는 거의 내가 도맡아서 챙겼다. 그러다 보니 관리가 덜 된 곳이 많았고 비까지 잔뜩 맞았으니 여러모로 손질이 필요했다.
자리를 옮겨야 하는 곳도 물색하고, 오랜만에 같이 동네를 걷는 낮시간이었다. 경로당 밥자리(당연히 허락받음)에 갔을 때는 어르신들이 여러 분 나와 계셔 살짝 긴장을 했는데, 마음 이쁜 일을 한다며 덕담을 건네주셨다. 사람들의 인심이 날씨에 따라 매서워지기도 푸근해지기도 하는 것인지. 지난 겨울에 냉랭한 일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사람도 고양이도 따뜻하게 어울릴 수 있으면 좋겠다.
진은 저녁을 먹고 차로 1시간여 떨어진 곳으로 구조 지원을 나갔다. 재개발지역이라 주택들이 허물어진 곳에 수많은 고양이들(특히 유기된 것으로 강력추정되는 품종묘들)이 방치되고 있다고 했다. '이제는 인식이 많이 바뀌었겠지, 누가 요새 그렇게 동물 유기를 하겠어'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시절의 나도 있었다. 여전히 정말 많은 동물들이 유기되고 있고, 이렇게 사람이 떠난 자리에 덩그러니 버려지는 경우는 허다하다.
건너건너 아는 집사님이 혼자서 구조를 가시려고 했단다. 당장 얼굴이 상하거나 임신한 아이들이라도 먼저 병원에 데려가야겠기에. 소식을 들은 진이 돕겠다고 나섰고, 다른 집사님도 한 분 더 합세해주셨다고 한다. 나는 오늘도 어설프고 좁은 마음으로 그렇게까지 해야되냐는 볼멘 소리를 얹었다가, 같이 가주지 못할 바에 응원이라도 해주자고 심보를 고쳐먹었다. 계획보다도 훨씬 늦은 시간에 녀석들이 차츰 나타나주었다고 한다. 부디 고양이도 집사님들도 안전하게 돌아오시기를. 오늘은 밤이 길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