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 관찰일기_220327
임보처에 갔더니 울이와 진이(진과 이름이 같으니 앞으론 지니라고 적어야겠다)가 격리장에서 나와 방 한 칸을 차지하고 있었다. 격리장을 나와서도 진이 숨숨집처럼 꾸며놓은 이동장 안에 나란히 앉아있었다. 내가 고개를 들이미니 호기심에 눈알이 댕그래지는 지니와, 지니의 등에 얼굴을 콕 박고 꿀잠을 자는 울이. 진이 하나씩 빗질을 해주는 동안에도 둘 모두 도망갈 생각도 않고 편하게 몸을 맡겼다. 거쳐 온 날들을 생각하면 터프하기 그지 없었는데도 둘은 이미 평온한 미래를 맞을 준비를 마친 것 같았다.
이 녀석들을 입양하기로 한 분은 원래 한 아이만 데려가실 생각이었다고 한다. 쉼터의 제안으로 고민 끝에 둘을 함께 맞이하기로 하셨다는데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혼자보다 둘일 때 빛나는 것들이 있다.
빗질을 구경한 김에 나도 집에 돌아와 우리집 아이들을 줄세워 빗어주었다. 날씨가 이만큼 따뜻해지기 전에 죽은 털을 충분히 정리해줬어야 하는데 내가 많이 게을렀다. 거기에 항의라도 하듯 다들 수북하게도 쏟아냈다. 베리는 조그만한 것이 잡고만 있으려고 하면 도망갔다가, 털 담은 봉지를 공격하러 와서는 다시 잡히고, 또 탈출을 감행하기를 반복했다. 망고는 스킨십을 제일 좋아하면서도 잡혀서 가만히 있는 건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별로 빗질을 못해줬는데 망고의 취향에 맞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제각기 성질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니 그걸 존중하고 맞춰야될 부분이 있다. 그래도, 모두가 해야만 하는 몫도 엄연히 있다. 내 가치관과 자유가 중요한 만큼 관계를 위해 안아야 할 책임과 의무도 있다. 고양이라면 누구나 죽은 털을 정리하고 새봄을 맞는 것처럼, 나도 나를 잘 빗질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