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 관찰일기_220328
오늘 우리동네 길고양이 급식소에 이런 편지가 붙었다. 아파트 단지내 정원에 있는 급식소인데 관리실에서 철거하라는 공고문을 붙여놓은 것을 보고 어떤 분이 써붙여둔 것이다. 이 급식소와 아파트에 관해서는 이야기가 길다. 아직 정리되지도 않았고. 다른 기회에 잘 적어둘 생각이다.
간단히 하자면, 이전부터 주민분과 경비원분이 주시던 밥자리를 진이 1년 넘게 깨끗하게 관리하며 길고양이 십여 마리를 중성화해주었다. 그런데 얼마 전 한 주민의 강력한 민원이 있었고, 관리실에서는 소통의 여지 없이 급식소 철거만을 요구했다. 우리는 요구에 응해 그들이 지적한 자리를 정리했는데, 관리실에서는 다른 자리에도 철거통보문을 붙여놓은 상태다.
저곳은 유치원과 닿아있는 정원이라 아이들도 자주 다니는 곳이다. 그래서 그 친구들이 고양이도 보러 오고 잘 다니는 줄은 알았는데 초등학생 친구도 자주 들르는 줄은 몰랐다. 이 편지가 처음이 아니다. 통보문이 붙은 지 며칠 안 된 어느날에는 이런 편지가 먼저 도착했었다.
우리가 아이나 꼬마라고 낮춰부르곤 하지만,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가치를 모르지 않는다. 고양이가 생명이고 우리와 같이 사는 존재라는 당연하고도 숭고한 진실을 이분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잘못 자란 어른들은 고양이가 밥을 먹고 어린아이의 손이 닿는 곳에 쥐약을 놓기도 하고, 그저 보기 싫다는 이유로 참혹하게 목숨을 앗아버리기도 한다.
인간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원래 인간의 모습은 저 편지 속에 있는 것 아닐까. 우리는 왜 이렇게밖에 자라지 못했을까. 어른이라 부끄럽고 미안하다.
+덧
며칠 전 진이 구조지원을 나갔던 재개발지역에서는 진과 다른 봉사자분들이 밤새 애를 썼지만 두 마리밖에 구조하지 못했었다. 고양이들이 잘 나와주지 않아 얼굴도 거의 보지 못했었다고 했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오늘 진이 혼자서 다시 그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날 같이 구조하셨던 분도 마침 혼자 오셔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만났다는 거다. 두 분이서 애를 쓴 덕에 다행히 목표했던 고양이들 여섯 마리를 무사히 구조했다고 한다. 세상에는 이렇게 멋진 어른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