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 관찰일기_220401
어제 발견한 폐상가 고양이들 긴급 구조에 바로 나섰다.
사안이 사안인지라 오늘만큼은 나도 마음을 단단히 먹고 진 옆에 바싹 붙어 따라붙었다. 고양이들에게 도착한 건 세 시경이었고, 우리에겐 두 개의 포획틀이 있었다. 우선 목적은 (100%는 아니라는 얘기도 있지만)암컷이라 임신 가능성이 높은 삼색냥들이었다.
시간대가 달라서 그랬는지 어제보다 적은 수의 고양이들만 나와있었다. 어제 봤던 고등어 대장냥이는 안 보이고, 오늘은 역시 얼굴이 두툼한 치즈냥이가 대장 노릇을 하며 앞장서서 우리를 살폈다. 어제 주고 갔던 밥은 전부 깨끗하게 먹은 상태였고, 다른 사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따로 연락도 없었던 걸 보니 아마 평소 밥 주는 분이 그새 다녀가시진 않은 것 같았다. 우선은 급한 불부터 끄자는 생각으로 우리는 손발을 놀렸다.
먼저 성묘로 보이는 삼색냥이 둘을 유인해가며 틀을 놓아보았다. 아이들은 크게 경계심은 없는 것 같으면서도 냄새만 맡을 뿐 안으로 잘 들어가주지는 않았다. 다른 아이들이 먼저 들어가려고 하면 그걸 막고 우선 목표인 아이들을 유도하는 것도 중요했다. 한번 포획 장면을 본 아이들은 아무래도 경계심이 생겨 구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면 우선 급한 아이들을, 역시 가능하면 다른 아이들 몰래 포획해야 했다.
진과 내가 위치와 역할을 바꿔가며 한 시간여 움직여 보았지만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아이들이 넘어가주질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 알게 된 이곳 고양이들 취향도 있었으니 바로 닭가슴살이었다. 무스 형태의 습식캔을 그렇게 좋아하질 않았고 다들 닭가슴살에는 오케이 사인을 해주었다. 곳곳에 빈 그릇으로 놓여있던 사람용 닭가슴살 통조림을 다시 보며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닭가슴살 전진 작전과 야무지게 다져진 진의 포획 스킬로 5시경 두 마리를 거의 동시에 성공할 수 있었다. 고등어 삼색이 한 마리와 턱시도냥이 한 마리였다. 곧바로 병원으로 가 TNR을 부탁드리고 그 길에 틀을 더 빌릴 수 있게 되어 우리는 네 개의 틀을 들고 다시 한번 현장으로 향했다. 쇠뿔 단김에 빼자던 건 아니었고 구슬이에게 가는 길에 아이들 현황이라도 한 번 더 살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현장은 언제나 변수가 넘쳐나는 법. 도착했더니 낮에는 보지 못했던 우선 목표 친구들이 또 여럿 보였다. '조금만 더 하면, 조금만 기다리면' 한 녀석이라도 더 데려갈 수 있을 것 같아 포획틀을 들고 이리저리 -물론 나보다는 주로 진이- 움직이다 보니 시간이 훌쩍훌쩍 넘어갔다.
포획틀 안쪽으로 몸을 반쯤 넣고 발을 뗄 듯 말 듯 하는 고양이들을 보고 있으면 심장이 콩닥거리는 게 느껴진다. 행여 작은 소리에라도 놀랄까 숨을 잔뜩 죽이고 고양이의 슬로모션을 감상하게 된다. 작년 봄 초울이를 입양하려고 보름 가까이 매일 틀을 놓던 기억도 새록새록 났다. 그때부터 정말 많은 고양이가 우리 곁을 스쳐갔고, 이제 진은 그때보다 훨씬 편안하게 고양이들을 틀 안으로 안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완전히 어둠이 내린 뒤에야 우리는 오늘의 구조를 정리할 수 있었다. 트렁크에는 세 마리의 삼색냥이가 얌전히 앉아있었다. 어제부터 이곳 아이들은 아무도 틀 안에서 울지도 않는구나. 한편으로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처음 겪는 일에 움츠러들었을 녀석들이 안쓰럽기도 했다. 언제나 TNR은 쉽지 않다.
우리가 이틀간 꽤 오래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에도 평소 밥 주던 분은 만나지 못했고,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이웃분들의 말씀을 더 들어보니 밥 주는 분들이 두 팀 이상은 되는 것 같았는데 어쩐 일일까. 우리 생각에는 다급하여 다섯 친구나 중성화를 하게 되었지만 평소 돌보던 분들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 있는 일이었다. 얼른 연락이 닿아 아이들 상태를 공유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줄지어선 고양이들의 꼬리만큼이나 기다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