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 관찰일기_220403
오늘은 TNR 담당병원 포획 실장님과 함께 간다기에 당연히 나는 안 가는 줄 알고 있다가, 점시 먹고 바로 호출당해서 세 번째 출동에 나섰다. 볕은 따스하고 바람은 살랑살랑 얼마나 기분 좋은 날씨였는지 모른다.

마을 초입에 도착하니 어제처럼 호동이(고등어 대장냥이에게 붙여준 이름)가 제일 먼저 자리 잡고 반겨주었다. 눈곱은 미처 아직 못 뗀 것 같았지만, 아무튼 반겨주었다. 곧 실장님도 도착하셔서 인사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나눠마셨다. 어제 전원주택 앞에서 본 삼색이 가족들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마을 안쪽으로 들어섰다.
어제는 근처만 가도 몰려나오던 친구들이 다들 봄볕 맞으러 나갔는지 기척이 없었다. 10분 정도를 기다린 뒤에야 한 녀석씩 나와주었다. 다행히도 몰려나오지 않고, 하나 구조하면 하나 나오는 식이어서 놀라거나 엉킬 일 없이 차근차근 옮길 수 있었다. 고양이들이 겁을 먹거나 놀라면 포획도 어렵지만 틀 안에서도 다칠 위험이 있었다. 우리(정확히는 나 말고 두 분)는 낮은 목소리와 눈빛을 주고받으며 신속하게 움직였다. 긴장감 넘치는 대낮의 007이었다. 여기서 네 마리, 추가로 나중에 실장님께서 한 마리 더 성공하셔서 총 다섯 마리 포획이었다.
지천으로 피기 시작한 봄꽃에서 꿀 향이 진동하고 있었다. "내가 고양이여도 여기서 살고 싶겠어." 진이 읊조렸다. 오면 올수록 고양이가 많을 만한 동네였다. 그건 그렇고, 할 일은 해야 했다.
다음 장소는 땅콩이네였다. 일고여덟 마리를 돌보고 계시던 어머님께 연락을 드리고 바로 댁으로 갔다. 땅콩이는 사람도 잘 따르고 성격이 살가우니 임보 하면서 입양처를 알아보기로 결정했다. 어머님도 무척 바라시던 바였으니! 땅콩이는 손으로 톡톡 두드려주는 것만으로 이동장에 부드럽게 들어가 주었다.
이제 땅콩이 식구들 차례. 평소 어머님이 살뜰하게 돌봐주신 덕에 아이들이 마당에 거의 모여있었고 경계심도 많지 않아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적고 나니 퍽 서운하기도 하다. 아이들 수에 비하면 무난하게 성공한 건 맞지만 여기서만 무려 여섯 마리였으니까. 진과 실장님이 애를 많이 쓰셨다. 어제 아파서 데려간 무파사와 땅콩이까지 합하면 이 집 마당에서만 여덟 마리였다. 어머님은 틀 안의 아이들 하나하나 이름 불러가며 연신 다독여주셨다. "괜찮아. 금방 다시 올 거야, 괜찮아."
항상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에 오는 걸까. 땅콩이네를 챙기는 중에 바로 건너 블록의 제보를 받고 곧이어 넘어갔다. 주택 세 채가 공유하고 있는 시멘트 마당에 그야말로 땅과 하늘을 채우는 게 고양이였다. 아니, 조금 오버했다. 그 정도는 아니고 하여간 고양이가 많았다. 베란다에 캣타워와 숨숨집까지 갖춰 있는 모양이 누가 봐도 마당냥이를 돌보는 집이었다.
주민분과 말씀을 나눠보니 이분이 마을 초입에 고양이들 밥을 챙겨주던 분이었다. 서로 고맙다는 인사를 나누고 간단하게 TNR 계획을 공유하고, 곧바로 포획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실은 금세 포획보다는 술래잡기 정도의 분위기가 되었다. 평소 잘 챙겨주신 덕에 아이들이 예민하게 도망가지를 않았다. 임신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 위주로 다섯을 먼저 데려가게 되었다. 거기서 멈춘 건 아이들을 놓쳐서가 아니라 준비해 온 틀이 손님으로 가득 찼기 때문이었다.
오늘 하루만 무려 열여섯 마리. 기록적인 하루였다.
돌아오는 길에 진과 나한테서 먼지 냄새가 뽀얗게 올라왔다. 어릴 적 놀이터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저녁 먹으러 들어갈 때 나던 냄새였다. 고단했던 하루를 격려하며 달래 넣은 된장찌개로 푸근한 저녁을 먹었다. 며칠 동안 참 많은 고양이와 사람들을 만났다. 아이들 중성화와 방사는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되어야겠지만, 마을의 따듯한 이 온기는 오래오래 이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