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남는 자리 있나요

캣맘 관찰일기_220407

by 정재광

어제 이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던 노랑이는 찐남이, 그리고 항상 같이 있는 크림냥이는 연남이로 부르기로 했다. 역시 길고양이 이름은 직관적인 게 제일이다. 둘 다 호흡기와 구내염 증상이 있는 남자애들이다. 나이도 꽤 있어 보이고. 약밥을 먹이면서 조금 지켜보다가 함께 구조해서 치료받도록 할 예정이다. 아이들이 다들 중성화하러 떠나 조금 헛헛해진 삼색마을 초입을 두 녀석이 나란히 지키고 있었다고 한다.


일전에 동영상과 같이 올렸던 콩이와 생강이에게 '밤이'라는 형제가 있다. 세 녀석이 아주 똑같이 생겨서 하나같이 귀여운데 밤이가 유독 애교가 많다. 녀석들을 처음 만난 날은 밤이만 포획했었고 다음날 콩이와 생강이도 병원으로 향했는데, 먼저 갔던 밤이만 오늘 방사되었다.


진은 밤이를 내려주고 금세 적응하는 걸 확인하고는 다른 삼색이와 치즈를 포획 준비했다. 그런데 밤이 요놈이 아주 방해를 톡톡히 했다고. 사람도 너무 따라다니고 호기심도 많아서 놔두는 틀이며 사료에 하나하나 손을 대는 통에 다른 아이들이 틀에 들어갈 새가 없었다. 노랑 틀에는 아예 들어가서 앉아 쉬고, 열려있는 진의 차 트렁크에 올라갔다가, 심지어 나랑 통화 중인 진의 전화를 지긋한 터치로 끊어버리기까지! 보다 못한 주민분께서 아예 안아서 데리고 가주셨는데 어느새 대탈출에 성공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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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까지 포획을 하던 진을 만나 임보처와 동물병원에 같이 다녀왔다. 와중에 내가 '병원에 남는 자리 있나요' 하고 메모하는 걸 본 진은 내가 동물병원에 고양이들 들어갈 자리에 대한 걸 적는 줄 아는 모양이었다. 아니, 내가 궁금한 건 진이 들어갈 병원의 입원실이다...


오늘 진은 프레즐과 머핀만 먹고서 아침부터 밤까지 고양이들을 돌보고 다녔다. 게다가 날씨도 제법 쌀쌀했던 탓에 몸에 열도 오르고 눈은 뻑뻑해지고, 목은 아예 잠겨버렸다. 캣맘, 캣대디 사이에서는 길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깊어서 무리하는 서로에게 '많이 아프다, 환자다' 하면서 씁쓸한 농담을 주고받곤 한다는데, 우리 진이야말로 많이 아픈 분이다...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삼색마을에서 중성화 해준 아이만 벌써 서른 마리가 넘어간다. 거기에 임보처와 밥자리들까지 있으니. 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고 끼니도 걸러가며 그 모든 곳을 누비는 건 정말이지 너무했다.


당장 길에 놓인 고양이들 사정은 정말 딱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가 다 오늘 하고 말 건 아니니까. 지속 가능한 돌봄을 위해서라도 많은 봉사자분들이 자기 몸부터 챙겨가며 활동하셨으면 좋겠다. 아프면 꼭 병원을 가시고.


내일이라도 근처 대학병원에 문의해봐야겠다. 손발 꽁꽁 묶어서 못 움직이게 해주는 입원실 자리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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