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 관찰일기_220408
이 일기를 시작했던 취지는 길고양이를 돌보면서 나날이 겪는 다채로운 일들이 흩어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더하여, 진이 얼마나 아픈 사람인지 만천하에 알리기 위해..) 그런데 기록할 일이 많이 일어난 날일수록 그만큼 지치게 마련이어서, 책상에 앉아 자세히 적어둘 여력도 없어지고 만다. 김첨지가 갖은 운수를 모아 사온 설렁탕인데도 먹지 못하는 아내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사실 고생은 전부 진이 하는 것이고 나는 옆에서 -문자 그대로- 깨작깨작 돕는 것뿐인데도 그렇다.
며칠 컨디션이 계속 좋지 못했던 진이 오늘은 정말로 아팠다. 점심께 임보처에서 만났더니 눈이 안쪽으로 쑤욱 들어가 있고 낯빛은 너무 새하얘서 생기가 하나도 없었다. 그저 토닥이기나 했으면 좋았을 걸, 몸이 이 지경이 되도록 일을 하냐고 나도 모르게 타박하는 투가 되어버렸다. 두통이 심했고, 피가 안 통하는 것처럼 어지럼증이 그치지 않는다고 했다. 나도 내 일을 하느냐고 중간에 집에 들어왔다가, 도저히 걱정이 되어서 다시 쫓아나갈 수밖에 없었다.
삼색마을에서 중성화한 친구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방사가 시작되어, 낮에도 다섯 친구를 하고 밤에도 두 친구를 했다. 앞으로 부지런히 해야 한다. 와중에 밤이는 너무 방정맞게 다니는 통에 결국 '업무방해죄로 체포'되어 오늘 하루만 진이 임보를 하다 내일 형제들과 함께 집으로 가게 되었다. 밤사이에 틀을 놓아서 수술 못한 아이들을 데려가려면 어쩔 도리가 없었다.
거기에 임보처의 제니는 갑자기 진드기가 발견되어서 급히 병원에 다녀왔고, 우리집 앞 칼국수집에서 마당냥이로 돌보시는 '쾡이'가 갑자기 녹색 토를 하고 침을 흘려서 역시 병원에 데려갔다. 검진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어제는 실랑이 중인 동네 아파트 관리실에서 우리가 밥자리에 놓은 작은 비닐 텐트를 치워버렸다. (관리실에서 했다는 건 추정) 그러면서 밥그릇은 왜 그대로 뒀는지 모르겠다. 지난 입주자대표회의 때 밥그릇 놔두는 건 뭐라고 안 할 테니 급식소라도 치우라는 얘기도 나왔었다고 했다. 그것의 실천인 건지... 이런 가림막이나 급식소가 없이 밥그릇만 있으면 위생상으로나 미관상으로나, 사람에게나 고양이에게나 좋을 게 없다. 제발 관리실과 대화다운 대화를 하고 싶다.
나는 그저 몇 글자로 쉽게 줄이지만 이런 활동들을 하느라 진은 여러 동물병원과 동료 캣맘들과 구조자, 보호자 분들과 수도 없이 연락을 주고 받는다. 옆에서 듣고만 있기에도 정신이 없는데 머릿속으로 하나하나 일을 정리해나가는 본인은 오죽할까. 진은 체력이 좋은 편이지만 어느 시점에는 꼭 오늘처럼 다운되는 때가 찾아온다. 마치 <젤다의 전설>에서 죽기 직전에 생명력 반 칸으로 계속 버티고 있는 기분이라고, 진은 표현했다. 이제는 우리의 힐링푸드가 되어버린 저녁의 된장찌개 한 그릇이, 그나마 우리 생명력을 조금 연장해주었다.
내일은 부디 쉬었으면 좋겠는데, 정이 많이 든 울이와 진이가 입양처에 가는 날이라 그것도 요원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진도 나도, 다시 요가를 하는 생활로 꼭 돌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