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계 마이더스의 손

캣맘 관찰일기_220410

by 정재광

어제 기어이 없어졌다.


계속해서 갈등 중이던 동네 아파트 정원에 있는 급식소가 기어이 사라졌다. 발판과 간식 그릇, 그리고 철거 공고문은 그대로 있었고, 급식소와 그 안에 있던 밥그릇 물그릇만 싹 들고 갔다. 내가 밥을 주고 나서 불과 한 시간 뒤에 제보를 받고 달려가 보니 그런 상태였다. 누가 그랬는지는 모른다.


일단 바로 신고 접수했고 경찰은 금방 와주었다. 그간의 갈등 경위를 쭉 나열하고 우리가 관리실과 소통을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설명했다. 집요한 민원인이 진을 위협하며 화분을 쳐들었을 때도, 치우기로 합의한 급식소를 몰래 먼저 박살을 냈을 때도, 급식소에 쥐약을 놓았을 때도, 문제 대상이 되지 않았던 다른 급식소 하나를 싹 없애버렸을 때도 우리는 계속해서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서로에게 좋은 방향을 찾으려고 했다. 이제는 우리도 단체행동과 법적 대응을 동원해야 할 것 같다.


삼색마을에 방사하러 갔다가 밤이네 형제 셋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았다. 생강이는 상대적으로 거리를 두긴 하지만 세 녀석이 외모도 성격도 꼭 닮아 같이 있는 모습만 보아도 마음이 풍성해진다.


오늘 정말 끝내주었던 날씨를 핑계 삼아 오랜만에 몽글이와 나들이도 다녀왔다. 몽글이는 진과 함께 사는 하얗고 작고 소중한, 그래서 언제나 그리운 존재다. 온통 고양이로 둘러싸인 우리 세계에서 유일한 강아지이기도 하다.


몽글이 손을 꼭 잡고 멋진 카페의 야외 자리에 앉아 오래도 햇볕을 받았다. 사장님과 직원분들이 마당냥이를 여럿 돌보는 곳인데, 진이 예전에 그 아이들 중성화를 도와드리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 아이들 포획을 못 해서 발을 동동 구르던 참에 진이 나타나 그 모든 아이들을 척척 데려다 수술을 해드린 것이다. 덕분에 카페 분들이 모두 진을 귀빈 모시듯 대해 주시는 통에, 갈 때마다 나까지 몸 둘 바를 모르게 된다.

진의 외도(?)를 지켜보는 아름답고 슬픈 뒤통수

오늘이라고 달랐으려고. 이번에도 진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한 친구를 발견하고 말았다. 뒷다리 하나가 마치 절단된 것처럼 위태롭게 걸어가는 아이였다. 알고 보니 이 근처에 사는 분이 치료를 해주는 과정에서 탈출한 아이였던 것. 붕대를 감고 있는 모양이 절단면처럼 보였던 것이다. 보호자 분이 한 달 동안이나 아이를 찾고 계셨다고 한다. 연락받고 오신 보호자 분과 사장님, 그리고 진이 힘을 모아 아이 구조에 나섰다. 아쉽게도 오늘은 그 친구를 데려오지 못했는데, 대신 수술이 필요했던 다른 아이를 구조할 수 있었다. 거기에 유일하게 수술 못하고 남아있던 카페 마당냥이 한 마리까지도 진이 나서서 클리어. 오늘도 진은 엄지 척 세례를 받았다.


걱정되는 소식이 하나 더 있는데 내일 적어야 할 것 같다. 고양이들이 사람 마음과 같을 수가 없으니 올 때 갈 때가 꼭 맞지 않아 아쉬운 적이 많다. 자유롭게 뛰노는 건 보기만 해도 멋지지만, 부디 멀리 가지들 말고 제발 다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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