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캣맘 관찰일기_220411

by 정재광

어제 미처 적지 못한 이야기는 숙자의 사연이었다. 사건인즉 바로 숙자의 탈출.


후지 마비로 재활치료 중이던 숙자는 다행히 계속해서 호전되고 있었다. 원인을 모른 채여서 얼마나 가능성이 있을까 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스스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잘 나아가는 김에 숙자 보호자께서 숙자를 잠시 집에 데려가셨었다. 입원 중 외출이었던 셈. 숙자는 원래 마당냥이였던 터라 살던 곳에 잠시 내려놓기만 했는데, 녀석이 잠시 주변을 살피는 것 같더니 사람 손이 안 닿는 곳으로 훌쩍 뛰어버린 것이다. 보호자는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순간 얼어버리셨다고 한다. 그렇게 숙자가 사라져 버리고 몇 시간을 주변을 뒤져도 찾지 못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천만다행, 보호자께서 하루 만에 숙자를 다시 찾으셨다. 원래도 마당을 하루 이틀씩 비웠다 다시 나타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환자의 몸이다 보니 우리가 다 같이 걱정이 많았다. 길생활 중에는 뭔가에 놀라 갑자기 도약하거나 달릴 일이 수시로 일어나니, 그럴 때 아직 성치 않은 다리에 문제가 생길지 몰랐다.


보호자 분이라고 왜 그런 생각을 안 했을까. 아이가 기적처럼 나아 기쁜 마음에, 잠시 살던 곳을 살피며 바람도 쐬고, -병원 입원장은 아무래도 동물이 오래 있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생 고양이도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하셨을 테다. 그렇지만 고양이의 움직임이란 워낙 순간적인 것. 그 번쩍이는 운동능력이 손을 쓸 수 없는 곳에 닿는 속도는 언제나 후회보다 빠르다.


고양이가 탈출해버리고 나서, 보호자는 후원자인 진에게 면목이 없어 즉시 소식을 알리지도 못하셨다가 나중에야 털어놓으셨다. 자책과 걱정으로 그날 밤엔 해가 밝을 때까지 눈도 전혀 붙이지 못하셨다고 한다. 나도 예전에 히리와 함께 살 때, 잠깐의 방심으로 히리가 집을 탈출했던 일이 있었다. 그땐 정말이지 다시는 고양이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 상황을 만든 내가 너무 밉고 히리에게 미안해서 손발이 떨렸던 기억이 난다. 숙자를 찾고 나서 보호자님은 진에게 몇 번이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절대!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절대로!"


숙자는 진이 일주일 정도 임보를 하게 되었다. 계속해서 병원에 있기에는 입원 환경이 걸음을 유도하기에 적합하지 않고, 그렇다고 금방 야외 생활을 하기에는 아직 더 지켜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진이 지금의 임보처를 운영할 시간도 이제는 많이 남지 않았다. 숙자도 다른 친구들도 어서 활력을 찾고 적합한 입양처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봄의 한가운데에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안온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오늘 아침 우리 집, 베리와 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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