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 관찰일기_220413
오늘도 진의 손을 거친 고양이들이 하나하나 네모에 담겼다.
중성화 수술을 마치고 삼색 마을에 방사되는 아이들은 긴 네모 포획틀에 담겨 살던 곳에 도착했다. 커버를 살짝 들춘 상태로 날짜와 장소가 보이게 TNR 확인용 방사 사진을 찍었다. 프레임 안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내 자기가 숨어 지내던 건물 틈새나 계단 아래로 숑 달려나갔다.
그런 모양으로 숙자와 땅콩이, 그리고 새로 임시보호하게 된 놀숲냥이도 바쁘게 옮겨다녔다. 네모난 병원에서 나와, 네모난 이동장에 담겨, 네모난 자동차 트렁크에 올라, 네모난 방에 도착했다.
너른 공간에서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어딘가에 갇혀 있는 건 보기에 안쓰럽다. 좁은 격리장이나 작은 방안에만 있어야 하는 고양이들을 보면 진은 늘 그들을 풀어주고 싶어했다. 산책을 한다거나 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일 테고, 또 물론 고양이는 영역동물이지만, 그 영역이란 것이 네모 반듯하게만 생기지는 않았을 테니까. (물론 고양이들은 네모만 보이면 그 안에 들어가 앉아있긴 한다.)

보기에 불편한 자세로 누워 햇볕을 쬘 바위나, 폭신폭신 까슬까슬한 잔디밭, 아니면 치달아 오를 나무 같은 것들 말이다. 고양이 세상의 모양은 원래 좀더 다양할 것 같다.
자연의 모양이 안 된다면, 진은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큰 네모를 제공해주고 싶어했다. 입원장보다는 격리장, 격리장보다는 방 한 칸, 방 한 칸보다는 집안 전체가 넓은 세계니까. 놀숲냥이는 이제 막 병원에서 나왔기 때문에 얼마간은 격리가 필요하다. 임보처에 새로 격리장을 마련해주니 저렇게 얌전히 앉았다. 아무도 없는 밤 사이에는 조금 안심하고 쉬었으면 좋겠다.
허피스 치료 중인 땅콩이와 후지마비 재활 중인 숙자는 함께 퇴원해서, 진이 곧 이사갈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지금까지는 구슬이만 거실 격리장에서 지내고 있던 곳이다. 벌써 목욕은 무리일 것 같아 샤워티슈로 아이들의 손발과 얼굴을 하나하나 닦아주고 무려 방 한 칸씩(!)을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다.
숙자는 작은 방에서 거스를 것 없이 혼자 조금 걸어볼 수 있게 해주었다. 땅콩이도 침실에서 숨숨집과 화장실, 카펫까지 풀옵션으로 누릴 수 있게 되었다. 혹시 침대 밑으로 들어가면 나중에 서로 힘들어질 터라 책더미로 꼼꼼하게 마감도 했다. 한동안 격리장과 입원장을 전전하던 아이들에겐 그런 대로 호텔룸이 배정되었다고 할 만하다. 거기에 이제 그 네모 안에서는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고요한 밤까지.
길에서 살던 아이들에게는 저 너른 하늘이 모두 자기가 가진 네모였을지도 모른다. 가끔 비도 두드리고, 찬바람이나 자동차 바퀴 같은 것들이 방해했겠지만. 길고양이에게도 좀더 '안전한 자유'가 허락되어도 좋지 않을까. 바로 그런 걸 해주고 싶어서 오늘도 진은 꿈을 꾼다. 좀더 본격이고 큰 네모가 될 용감한 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