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 피딩

캣맘 관찰일기_220415

by 정재광

하얀 플라스틱 숟가락에 잘게 갠 습식사료가 소복이 쌓였다. 나는 사료가 좀 더 묽어지도록 숟가락을 물그릇에 살짝 넣었다 뺐다. 그리고 수저의 가운데로 사료가 몰리도록 그릇 벽에 두세 번 다독였다.


따지고 보면 핸드 피딩이 아니라 스푼 피딩인 셈이지만, 지금 땅콩이는 이렇게라도 해줘야 밥을 먹는 상태다. 그동안 놀람 반 귀찮음 반으로 나를 노려보기만 하던 녀석도, 이제는 제법 정성이 담겼다 평가했는지 스르륵 몸을 일으켰다. 그렇다고 숨숨집 밖으로 나와주시지는 않기 때문에, 나는 몸을 왼쪽으로 접은 채 팔만 쭉 내밀었다.


땅콩이는 사료를 씹지 않고 핥아서만 먹었다. 다홍빛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무스 타입 사료를 부지런히 밀어 올렸다. 혓바닥질 다섯 번마다 콧물 섞인 큰 숨을 마셔야 하고, 열다섯 번마다 컹컹하면서 진한 코 기침을 뱉어야 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오른쪽 눈에 그렁하게 맺히던 눈물이 이내 코 끝까지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그 끈기를 보고 있자니 나도 불편한 자세를 핑계 세울 수 없었다. 누운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 손을 바꿔가면서도 땅콩이 입 바로 앞에 숟가락을 고정했다. 사료가 밀려나가 숟가락 아래로 좀 떨어져도 좋았다. 땅콩이 눈물과 함께 스윽 닦아내면 그만. 느려도 좋고, 가끔 빗나가도 좋으니 멈추지는 말자고 나는 응원했다. 땅콩이는 기어이 다섯 숟가락을 비워냈다. 입가심처럼 알약까지 꿀꺽 삼켜주고 구석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잠깐의 그루밍. 내가 비록 조금 비루한 컨디션이지만, 고양이로서 품위를 잃지 않고 있다는 의연한 퍼포먼스. 오늘도 우리는 고양이 손에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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