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가는 날

캣맘 관찰일기_220415

by 정재광

진은 운전대를 잡고 김밥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콘솔박스 위에는 초콜릿과 프링글스, 돌체라떼, 그리고 물이 든 봉지가 놓였다. 조수석의 제니는 이동장에 든 채로 목청껏 울어댔다.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냐고! 진과 제니에게 남은 약 한 시간 반의 시간, 둘은 마지막 나들이를 나섰다.


오늘은 제니가 입양처로 가는 날이다.


약 20일 전 재개발 지역에 구조 지원을 갔을 때 만난 제니는 중간에 병원 신세도 좀 졌지만 쭉 진과 함께 있었다. 호흡기 증상으로 약도 먹었었고, 입양처 가서 적응 잘하라고 진이 손도 부지런히 태웠다. 덕분에 그녀의 손에 날카로운 사랑의 상처가 한가득 남기도 했다.


진은 임보 하는 고양이들이 입양처로 갈 때 가능하면 동행하려고 한다. 첫째는 아이가 가서 잘 지낼는지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다. 둘째가 더 중요한데, 진이 그 아이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료는 어떤 걸 가리는지, 최근의 건강 상태는 어떤지, 어떤 장난감에 잘 반응하는지. 작은 습관과 취향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입양자에게 말씀드릴 게 많다. 조금이라도 입양자와 고양이에게 도움이 되라고, 왕복 서너 시간에도 개의치 않고 동행을 자처한다.


내가 중간에 통화를 하며 들으니 제니도 할 말이 많은 것 같았다. 저렇게나 울면 시끄러울 법도 한데, 진은 듣기 좋다고만 한다. (확실히 많이 아프다..) 나도 한편으로는 저렇게 활력 있는 상태로 입양처로 가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둘이서 원 없이 마지막 대화를 나누며 드라이브했을 것 같다.


제니를 함께 구조한 구조자님과 입양처에 도착하니, 그래도 제니가 멀리 도망가지는 않았다고 한다. 보통은 낯선 곳에 놓이면 제일 구석진 곳으로 숨어들기 마련인데 말이다. 조금 거리만 띄워서 입양자 분이 준비해둔 스크래처 방석에 앉아 모두를 물끄러미 쳐다봤다고. 그게 녀석이 보내주는 걱정 말라는 사인이었을지 모르겠다.


이십여 일의 시간이 사랑이 움트기에 충분한지 아닌지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매번 정을 줬다 떠나보내는 게 무서워 아예 친해지질 않으려고 한다. 진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임보 하는 동안 고양이와 눈을 많이 맞춘다. 정을 주고, 자기 자식처럼 돌본다. 그리고 이렇게 입양처로 보낼 때마다 매번, 딸아이 시집보내는 심정을 온전히 맞아내는 것이다. 마치 거기까지가 고양이를 데려올 때 약속한 자기의 몫인 것처럼. 용감하게도 그렇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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