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 관찰일기_220420
계속 갈등 중인 우리 동네 아파트 급식소. 거기서 처음 문제가 생긴 건 모자지간인 새댁이와 날쌘돌이가 다니던 밥자리였다. 원래 입주민 한 분이 밥을 주시다가 이사를 가셨고, 후에는 경비원분들께서 부탁을 받아 보내주시는 사료로 녀석들을 챙기셨다고 했다. 하지만 그 경비원분들은 누가 부탁해서 그 일을 하고 계시는 것 같지 않았다. 아이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눈빛과 급식소를 살피는 사려깊은 허리의 각도는 누가 시켜서 나올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우리가 처음 이 고양이들을 발견하고 급식소 근처로 가려고 했을 때 경비원분들은 우리를 막아 세우셨다. 혹시 고양이한테 해코지하려는 사람들인가 싶어서. 우리는 그 급식소의 사정과 밥 먹는 아이들 현황을 전해 듣고 도울 수 있는 것들을 해드렸다. 아이들 모두 TNR 통해서 중성화해주었고, 기존에 버려진 개집을 활용하고 있던 급식소는 새 걸로 싹 정리했다. 주변 청소도 하고 바닥에 팔레트도 깔아 훨씬 깔끔해지도록 했다.
동네 주민분 중에도 그곳을 살펴보는 분들이 있었고, 우리도 다른 자리에 가는 길에 한 번씩 들러보곤 했었다. 정원에서 주로 밥을 먹는 노을이도 이따금 이 모자와 함께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사람이 가까이 가면 일단 피하면서도, 밥 주는 사람들은 알아보는 기색이 역력했다. 거리를 두면서도 우리 뒤편 가까이에 앉아 그릇이 맛있게 채워지길 기다리곤 했다.
그리고 많은 일이 있었다. 소동 끝에 우리가 그 급식소를 이동하기로 한 다음 날, 그곳은 이미 누군가의 손에 의해 부서지고 내던져져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다른 밥자리로 유인하기 위해서 임시로 놓은 밥그릇도 누군가 화단에 갖다 버렸다. 그리고 정원 자리에 철거공고문이 붙는 데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동안 새댁이와 날쌘돌이가 밥은 제대로 먹는지, 누가 해치진 않는지, 다른 지역으로 쫓겨난 건 아닌지, 걱정에 걱정을 더하는 나날이었다.
몇 차례 임시 밥자리를 거치면서 일단은 새로운 자리를 잡았다.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정원 자리는 지금도 놓으면 치우고 치우면 놓는 제로섬 게임을 반복하고 있지만, 어쨌거나 밥은 착실히 줄고 있고 한 번씩 아이들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어제도 가로등 빛 아래서 나란히 앉은 새댁이와 날쌘돌이를 보았다.
이 난리통 속에서도 엄마와 아들은 떨어지지 않았다. 보통의 경우라면 진작에 새끼가 독립했어야 할 관계지만 둘은 늘 붙어 다닌다. 이제는 날쌘돌이도 부쩍 자라서 마냥 엄마 도움을 받기만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둘뿐이 식구지만 서로 의지하면서 이 치열한 생존기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