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기

캣맘 관찰일기_220419

by 정재광

다묘 가정이 되기로 결심했을 때, 진이 저 책장을 선물해주었다. 캣타워와 책장의 역할을 겸하는 고양이 가구다. 귀여운 디자인이 무색하게 얼굴 칸과 발 칸에 꼭 맞게 앉아준 적이 별로 없었는데 모처럼 베리가 자리를 잡아주어서 한 장 건졌다.


계단과 구멍을 따라 고양이들이 마구 뛰어다니기 때문에 책이 들어차 있지 않으면 가구가 들썩들썩 흔들린다. 반대로 네모 반듯한 책장이기만 했다면 고양이들이 상하운동을 하거나 숨어 쉴 공간이 부족했을 것이다. 주문을 받아 수작업해주는 업체였는데, 두고두고 잘 샀다고 생각하고 있다.


같이 사는 게 이런 거 아닐까. 다르다는 이유로 밀어내지 않고, 어울려 지낼 방법을 고안해 가는 것 말이다.


오늘 정원 밥자리에서 또 밥그릇이 사라졌다. 말 그대로 밥그릇 싸움이 되어가고 있다. 놓으면 치우고, 치우면 놓고. 배불리 먹고 드넓게 차지한 인간에게 손바닥보다 작은 밥그릇 하나 놓을 공간 허용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걸까. 그다지도 안 되는 일일까, 같이 살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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