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자의 집

캣맘 관찰일기_220423

by 정재광

숙자가 드디어 살던 집으로 돌아갔다. 집고양이는 아니었지만 보호자 분이 운영하시는 가게와 그 주변이 숙자에게는 어디보다 편한 보금자리일 테다. 무엇보다 그곳엔 꼭 붙어 다니는 동생 고양이도 있으니까.


보호자분은 그간 많은 마당냥이를 돌보아 오셨는데 숙자만큼 병원 신세를 많이 진 친구가 없었다고. 특히 이번 후지 마비 치료는 진전이 없어 포기하려던 차였던 것이다. 다행히 그때 진과 인연이 닿아 조금 더 노력해 볼 수 있었고 이제는 건강한 네 다리로 집에 가게 되었다. 보호자 분은 진에게 거듭 감사 인사를 하셨지만,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보호자분이 안 계셨다면 해볼 수 있는 게 없었을 것이다. 숙자가 복이 많다.


아이를 보내고 이사 정리가 한창인 진의 집으로 다시 들어갔다. 겨울옷 박스며 책과 잡동사니까지 전부 거실에 쌓여있어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였다. 진이 "집이 너무 노숙자의 집 같지?" 하며 울상을 지었다. "아아, 숙자가 없어서 'No 숙자의 집'인가?" 하고 내가 받았다. 둘이서 실없이 조금 웃었다.


숙자가 자주 올라가 있던 캣타워를 청소하는데 마치 홀로그램처럼 녀석이 앉아있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창밖으로 그간 어떤 풍경을 구경했을까. 잘 나아서 제자리로 돌아간 것인데도 허전함이 콕 남는다.


숙자야, 주저앉은 다리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작은 기적을 보여주어서 너무 고마웠어. 안전하고 건강한 날만 걸어가기를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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