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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되지 않을 어른에 관하여

<우리를 침범하는 것들>과 <기생충>의 경계와 세대

by 정재광
Daum 영화


_<우리를 침범하는 것들>(2017)

(마지막 사진을 배경음악으로 하고 싶다. Flora Cash - They Own This Town)


집 혹은 공동체라는 ‘경계’와, (구리게도 여전히) 아버지와 아들로 대변되는 ‘세대’를 키워드로 이 영화를 더듬어 보자니, 참으로 시의적절하게도 <기생충>과 만나게 된다.


앞의 영화는 경계 밖에서 독자적인 경계를 구축하려는 자의 투쟁이고, 뒤의 영화는 경계 밖에서 경계 안으로 들어가려는 자의 시도다. 앞의 도전은 세대간에 발생하고, 뒤의 도전은 세대가 힘을 합쳐 진행한다. 딱히 스포일러도 아니므로 결론부터 말하면, 당연히 이 모든 계획은 실패한다.


모든 계획은 실패한다. 어쩌면 이 명제는 영화가 아니라 우리 삶에 대한 스포일러일지 모르겠다. 뭔가를 알게 된다는 것이 해악이 된 이 마당에, 그러다 다른 경계와 가능성에 대해 체념하게 된 이 판국에, 내 삶을 상영하는 스크린 앞의 우리는 이제부터 무엇을 보아야 할까.


공동체의 역사는 확장의 역사였고, 그 경계가 넓어질수록 구동장치에 참여하는 건 상대적으로 소수가 되어왔다. 주지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건 비단 채드만이 아니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그렇다면 내가 봐왔던 어른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아버지가 말하셨다던 ‘인생을 즐겨라’는 ‘가만히 있으라’와 얼마나 다를까.


어차피 안돼. 해봐서 알아. 그러니까 니가 안되는 이유는, 내가 못했기 때문인 거다. 이렇게 가면 편안하게 꼰대가 될 수 있다. 포기하면 편하다니까 우리는 포기하지 말자. 내 불찰을 인정하고 내 경험을 의심하는 데서부터 다음을 도모하고, 내가 못하면 더 젊은 생각을 들어보자. 요컨대 반지하방에 팬티바람으로 뒹굴어도, 아들은 계획이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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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침범하는것들 #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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