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닛을 조심하세요

캣맘 관찰일기_220430

by 정재광

아침부터 진에게 다급한 호출이 도착했다. 아기 고양이를 구조했다는 소식이었다.


연락을 주신 건 진이 살던 동네 캣맘분들이었다. 지난해부터 같이 TNR도 하고 아픈 고양이들 구조도 하면서 서로 돕는 사이로 돈독히 지내고 있다. 이야기는 캣맘님 두 분이서 자동차 바퀴에 달라붙어 있는 고양이를 발견하셨다는 거였다. 너무 작은 아이라 손을 대기도 조심스러웠지만 힘이 없어 보였고 계속 울었다고 한다. 게다가 그곳은 큰 도로 바로 옆이었고.


특히 걱정스러운 건 이 아이가 여기 사는 아이가 아니라는 점이다. 진은 작년부터 발을 들였지만 다른 캣맘님들은 멀게는 10년 이상 그 동네 고양이들을 돌보신 분들이다. 그래서 근방의 개체는 충분히 확인해왔고, 가능한 모든 고양이를 중성화 수술해주셨다. 그러니 임신 가능성이 있는 고양이가 있었다면 모를 리가 없었을 텐데, 갑자기 새끼 고양이 한 마리만 덜렁 나와 있으니 놀랄 수밖에. 어떤 사고로 어미나 살던 곳으로부터 멀어진 게 분명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두 분은 아이를 구조하셨고, 진에게 협력을 요청하신 것이다. 진은 병원에 들러 초유와 간식을 사고 일단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 격리보호했다. 며칠간 돌보면서 캣맘분들과 아이 거취를 의논하기로 했다. 몸무게는 350그램이었단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아기 고양이가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걸까? 캣맘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탑승설'이 등장했다. 고양이들이 날씨가 추워지면 바퀴를 통해 자동차 보닛으로 숨어든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겨울철에는 시동 걸기 전에 보닛을 열어 확인해보는 게 좋다고.


그런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보닛에 숨어든 고양이가 그대로 있는 채로 자동차가 이동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 고양이가 혹시 어딘가에서 차를 타고 이 동네로 오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가설이다. 발견 당시 바퀴에 매달려 있다시피 했다고도 하니까. 그래서 심지어 발견된 자동차의 차주께 동선을 여쭈어 볼 생각까지 했지만, 다시 확인하러 가보니 그 자리에 주차되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사건은 다시 미궁 속으로...


갑자기 나타난 녀석 하나 때문에 생긴 웃지 못할 해프닝이었다. 정말이지 고양이는 어디에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아이는 몹시 지쳐 보이지만 순하고 밥도 잘 받아먹는다. 이 생명에게 얼른 안전한 집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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