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치 낙관

캣맘 관찰일기_220429

by 정재광

아직 새 집 짐 정리는 덜 됐지만, 이사가 마무리되고 나니 진의 동선은 많이 간소해졌다. 몽글이와 함께 햇살 받으며 일어나면 방마다 격리 중인 고양이들 챙겨주고, 임보처에 두 번 정도 들러 아이들을 봐주는 게 고정된 일정이다. 종종 병원에 가거나 구조에 나설 때도 있지만 최근에는 조금 잠잠한 편. 아이들도 대체로 잘 적응해주고 있어, 이제 부지런히 입양 상담을 진행하면 될 것 같다.


하나 걱정되는 게 있다면 임보처 아이 중 하나가 종종 화장실 밖에 대변을 본다는 거다. 아마 카모인 걸로 추정하고 있다. 제일 먼저 임보처에 온 게 카모와 마일이니 이 공간을 처음 마련한 게 이 아이들을 위해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교적 오랜 기간 머무는 동안 왔다가 가는 아이들과 짧은 합사를 경험하면서 카모가 스트레스를 꽤 받아온 것 같다. 아직까지 더 큰 문제는 없었지만 카모에게는 항상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사람이 오면 마중 나올 정도로 순한 카모와 마일이. 얼른 함께 살 가족을 만났으면 좋겠다.


어제는 캣폴도 같이 설치했다. 거실을 너무 차지하는 게 아닌가 하고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제일 좋은 뷰를 고양이들에게 양보했다. 금방 올라가서 전망을 즐기는 헤더를 보니 마음이 드는 모양이다. 특히 저 인테리어 벽돌의 구멍 사이로 요리조리 바깥구경을 하는 모양이란... 이미 충분한 보상이 되었다.


아직까지는 여러모로 어수선한 것도 사실이다. 쌓여있는 물건들도 많고 아이들마다 충분한 공간 확보도 못 해주고 있다. 어느 때고 생각하면 불충분하고 아쉽고 욕심이 나는 게 돌봄 생활이기도 하다. 내 삶에 대해서도 그럴 테고. 그래도 밥 먹고 드러누운 고양이 뱃살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오늘 하루 잘 먹은 것에 감사하게 된다. 잘 먹고, 잘 자고, 오늘의 점 하나씩만 찍어나가면 된다. 우리는 계속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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