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 관찰일기_220504
다른 고양이들에 대한 땅콩이의 구속이 상당하다.
땅콩이, 무파사, 헤더 셋은 이제 거실과 큰 방을 차지하고 있고, 홍옥이는 거실의 격리장에서 주로 지낸다. 무파사와 헤더는 호기심이 많아서 여기저기 냄새를 묻히고 장난감이 될 만한 건 뭐든 건드려 본다. 그러면 땅콩이는 그 모습을 그냥 두고 보질 못한다.
일단 방문 앞에 서서 울면서 녀석들을 부른다. 아이들이 따라오지 않으면 직접 나선다. 거실 커튼 뒤에 숨어있는 헤더에게 손질을 해서 꺼내려고도 하고, 몸집이 작은 무파사는 아예 목덜미를 물어서 끌어가려 하기도 한다. 심지어 격리장 안에 있는 홍옥이를 꺼내려고 손을 집어넣어 바둥거리는가 하면, 아예 펜스 위에 올라가서 애를 쓰기도 한다. (또다른 격리장에 있는 노령의 구슬이에게는 그러지 않는다.)
땅콩이가 아이들을 데리고 가려는 건 큰 방의 침대 아래다. 사람의 손을 피해 처음 자리를 잡았던 곳이라 안정적인 쉼터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실제로 거실이 오픈되기 전에는 셋이서 하루종일 거기서만 시간을 보냈다. 혼자 있을 때는 그런 적이 없었는데, 이제는 진이 땅콩이와 아이들 사이에 들어오면 하악질을 하기도 한다.
땅콩이가 왜 이러는 걸까? 분명히 다른 아이들을 만나기 전에는 많이 숨지도 않고 우리 손도 잘 탔었는데. 확신할 수는 없지만, 어쩌면 땅콩이는 자기가 다른 고양이들의 엄마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땅콩이는 한동안 임신 중이었고 우리는 긴 고민 끝에 얼마전 그것을 중지했다. 몸에 큰 무리 없이 수술은 마쳤지만, 출산을 준비 중이던 땅콩이의 몸에 그 영향이 남아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수술 직후에 두 아이를 만났으니.
다행히 다른 아이들이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간혹 털을 물어뜯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고, 홍옥이를 꺼내려 할 때는 자칫 다칠 위험이 있어 진의 눈이 그 곁을 떠나기가 힘들다. 무엇보다 땅콩이가 편안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제일 마음이 쓰인다. 땅콩이는 다른 고양이들을 지키고, 진은 그런 땅콩이를 살피는 일종의 메타-돌봄이랄까...(?)
땅콩이는 몸집도 너무 작아서 마치 애가 애를 키우려는 것 같다. 한편으론 든든하면서도 어쩐지 위태로워 보이기도 한다. 저게 본능인지, 호르몬의 영향인지, 아니면 엄마의 마음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냥 철모르던 내 뒤를 다 치워가며, 불면 날아갈까 쥐면 꺼질까 하던 한 사람이 생각나 고개를 숙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