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합사의 날

캣맘 관찰일기_220505

by 정재광

우리 집 앞 가게에서 돌보시는 고양이 쾡이는 요즘도 호흡기 약을 먹고 있다. 나이가 있어서인지 호흡기 증상이 아주 떨어지지는 않는다. 진이 약을 타다 드리면 사장님들이 꼬박꼬박 챙겨 먹여주고 계신다. 쾡이는 원래 네 식구로 이곳에서 마당냥이로 살고 있었는데, 막내 다롱이가 어느 날 사라져 지금은 셋이다.


그런데 우리가 쾡이 중성화 수술을 해줄 즈음부터 여기 나타난 치즈 고양이가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중성화를 해주었고, 그 뒤에도 가끔 얼굴을 비추기에 사장님들이 점점 밥을 챙겨주게 되었다. 카페 이름을 따서 이름은 '삼구'로 지었다. 삼구는 낯을 많이 가려서 자주 이곳에 오면서도 다른 고양이나 사람 가까이에는 잘 오지 않았다.

KakaoTalk_Photo_2022-05-05-21-05-27.jpeg 삼구가 다롱이의 빈자리를 채워주러 온 걸까

그러던 녀석이 봄볕을 맞아 마음이 풀렸는지, 이제는 얼굴이 익어 넉살이 생겼는지 오늘 보니 쾡이네랑 같이 누워 낮잠을 자고 있었다. 사람이나 고양이나 자기 해하는 사람 없는 평화로운 곳이라는 걸 녀석도 이제 알았나 보다. 이곳에 마음을 내어준 삼구에게도, 새 식구를 맞아준 쾡이네에게도 고마운 마음이다.


진의 집에서도 오늘 합사가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역시나 진격의 헤더. 치즈 셋이서 큰 방과 거실을 점령한 것에 모자라, 오늘 코코와 우유가 있는 작은 방까지 진출해 버린 것이다. 아마 진이 오가는 사이에 잠시 문이 열린 틈을 잡은 모양이다. 특별히 병력이 있는 아이는 없었지만, 바뀐 환경에 더해 합사의 스트레스는 피해 주려고 그간은 격리를 해왔었다. 그런 진에게 헤더가 이제 이만하면 되었다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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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하기로 소문난 우유와 스킨십을 트고, 최고의 명당 캣타워까지 차지해버린 헤더

다행히 코코와 우유를 포함해서 다들 어색하지 않게 이 통합을 받아들여 주었다. 덕분에 그간 아이들을 격리하면서 케어하느라 고생한 진의 수고가 조금 덜게 되었다. 얼마 뒤면 아이들이 각자의 가족을 만나 떠나겠지만, 그때까지 사이좋게 지내주기를. 헤더만 믿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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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노령의 구슬이와 초령의 홍옥이는 좀더 혼자의 시간이 필요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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