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 관찰일기_220503
진의 집은 아직도 쌓여 있는 박스가 많다. 코코와 우유가 지내는 작은 방은 반 정도 창고처럼 돼버려 두 친구에게 매일 사과하고 사랑한다.(?) 이사 뒷정리는 살면서 천천히 해야지 한 번에 하려다가는 몸살 난다는 이모님 말씀 따라 기간을 두고 하나씩 하는 중이다.
와중에도 빨래를 계속 미룰 순 없으니, 오늘은 홍옥이를 깨끗하게 세탁했다. 집에 온 뒤로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는데도 아직 손바닥을 넘을 정도가 못된다. 오래 걸릴 것도 없이 목욕 완료!
씻는 것보다 말리는 데 신경을 더 많이 썼다. 물기가 남아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고, 털이 뭉친 채 마르면 세균이 생길 수 있으니까. 수건으로 털어내고, 멀리서 드라이도 하고, 그다음은 자연건조였다. 볕이 잘 드는 창 앞에 이동장을 놓아준 뒤에 핫팩 위로 담요를 깔아주었다. 고양이 아니랄까 봐 기가 막히게 핫팩 위치를 찾아 그 위에서 한참 누워 있었다. 요즘 애들은 어려도 알 건 다 안다.
땅콩이, 무파사, 헤더 세 친구는 이제 거실에서 적응 중이다. 셋이서 소파 아래 꽁꽁 숨어 있다가, 저들끼리 우다다를 했다가, 바깥을 보며 좀 울어보기도 하며 어지러운 세계를 구축하느라 여념이 없다. 땅콩이와 무파사는 같은 마당에 살았었고, 헤더는 길에서 따로 살았었지만 무파사와 같은 노르웨이숲이다. 소란스러우면서도 셋이 붙어 지내는 걸 보니 혈연일 거라는 추측이 더 짙어진다.
거기에 치여 몽글이가 고생을 꽤나 하고 있었는데, 오늘 하루는 동생 찬스로 거기서 자고 오기로 했다. 이사한 것만으로도 불안을 겪었을 텐데 고양이 삼 형제의 퍼포먼스까지 받아내느라 몽글이가 얼마나 불편했을까. 고양이 없는 세상(?)에서 잠시나마 평안을 찾고 오기를.
홍옥이, 무파사, 헤더 모두 아기 고양이들이다. 캣맘 사이에서 봄을 '아깽이의 계절'이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겨울 동안 TNR을 못한 탓도 있을 것이고, 날씨가 풀리는 2월 중하순부터는 임신과 출산에 유리한 날씨가 되어 자연히 개체수가 늘어난다고 한다. 그 감당 안 되는 숫자와, 지금도 위험에 노출되어 있을 어린 고양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각자가 약속받은 삶의 공간은 가지고 이 땅에 온 것일 테니 거기까지 잘 찾아가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