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 관찰일기_220502
사람 손을 타지 않는 고양이를 케어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물거나 할퀴어서 다칠 위험도 많고, 당연히 고양이도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서 관계가 엉망이 될 수도 있다. 조심스레 접촉을 늘려 보려고 맛있는 먹거리로 달래보기도 하고, 털이 부드러운 장난감으로 멀리서 살짝살짝 만져보기도 한다. 반응을 살펴가면서, 고양이가 허락하는 만큼만 조금씩 거리를 좁혀가 보는 거다. 당연히 시간과 정성을 요한다.
그런 과정 중이라도 얼른 손을 댈 필요가 있는 아이라면? 진은 담요를 주로 이용한다. 얼굴부터 시작해 몸통 전체를 부드러운 담요로 덮는다. 갑작스레 아이가 움직이는 걸 제어하면서 가능한 안심이 되도록 다독여준다. 마치 자기만의 방에 들어온 것처럼 안정적인 느낌을 준 뒤에 천천히 노크를 한다.
어제는 구슬이 차례였다. 그루밍을 잘 못해서 이마와 등에 눈꽃처럼 먼지가 금방 쌓인다. 저번에도 이렇게 감싸고 물티슈로 닦아준 적이 있었다. 언젠가는 직접 세수를 하는 것도 보았지만, 몸 전체를 혼자서 씻지는 못하는 것 같다. 닦아주고 빗어주고 하는 내내 '으르릉' 하는 소리를 냈다. 그래도 가만히 참아주는 게 고마웠다. 진의 스킬이 퍽 늘어난 덕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다감이 차례였다. 다감이는 실내 생활을 한 지는 좀 되었지만 사람과 관계 맺는 데 어려움이 있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는 중이다. 병원에도 꽤 있었고 요즘은 진이 데리고 있으면서 손을 태워보는 중이었다. 이제 다음 주면 다시 살던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가기 전에 조금이라도 간극을 좁혀보려고 다시 담요를 꺼내 들었다. 나는 격리장에 밥을 넣어줄 때도 하악질과 손질을 하던 다감이 생각에, 진이 손을 깨나 다치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아이는 이렇게 노려보면서도 발톱 한 번 세우지 않았단다.
사람 손을 피하고, 발톱이나 이빨을 쓸 정도로 각을 세운다는 건 그만큼 무섭다는 뜻이겠지. 불안하다는 거겠지. 그래서 억지로 뭘 하려고 하기보다 먼저 포근하게 안아주는 게 통하는 것 같다. 괜찮다고 도와주려고 그런다고, 그런 마음이 담요를 통해서는 조금 전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