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누가 발명해서...

대통령 출마를 너무 일찍 포기한 아들이 남긴 어록

워즈워드가 '어린이는 어른의 어버이'라고 노래했듯이

어른이 된 지금도 난 어린이를 통해서 배우는게 많다.

작은 어른인 어린이에게서 나의 모습을 볼뿐만 아니라

잃어버린 나의 소중한 조각을 되찾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던지는 엉뚱한 질문들은 기상천외할 때가 많지만

간과하고 지냈던 본질적인 문제로 나의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한다.


한글 깨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던 아들이 어느날 온세상 고민을 다 짊어진 표정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책상 앞에 앉아 있더니 탄식 끝에 한 마디를 절규하듯 내밷었다.

"아 누가 공부를 발명해서 사람을 이렇게 힘들게 만드는거야!"

하도 기가 막혀서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으려니 한 참을 더 고민한 끝에 녀석은 중대한 결심을 발표했다.

"아빠 나 대통령이 되어서 공부를 없애버릴래."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잘 하면 내가 대통령 아들을 길러낸 아버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 아들아 좋은 생각이다. 근데 대통령이 되려면 일단 공부를 해야하는거야."

"잉? 그런거야? 아 나 그럼 대통령 안할래."

그렇게 쉽고 빠르게 아들이 대통령 출마선언을 포기할줄은 몰랐다.

몸으로 하는 것은 잘 하고, 글자로 되어 있는 것엔 약했던 아들이 이젠 제법 책도 읽고 아빠랑 이런저런 대화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른으로 성장해간다. 너무 일찍 접은 대통령의 꿈과는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지지만 아들이 한글을 깨치면서 던졌던 본질적인 질문은 어록으로 남아 지금도 내게 웃음을 주며 딜레마의 좋은 예시로 종종 인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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