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tless Rest with Back to Back Videos
주말이 되면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가지고 집으로 간다. 특히 못다 읽은 책을 완독하리라 굳은 마음도 다잡고, 너무 퍼지지 않고 저녁엔 피트니스에 가서 운동도 하리라 결심도 한다.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도 있고 그러면 내가 더 근사해질 것 같은 기대도 한껏 차오른다. 그러나...
집으로 가는 길에 유튜브가 알고리즘을 따라 제안해주는 이런저런 영상들을 보는 것으로 시작해서 집에 도착하면 넷플릭스에 새로 올라온 영화들과 못본 드라마들의 재방송을 보고, 나는 솔로, 끝사랑 등을 보다보면 어느새 밤을 새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시리즈물을 연속으로 시청하는 것으로 24시간 이상을 뒹굴거리는 것으로 하루를 써버리기 일쑤다.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난 다음 날의 아침은 시간을 허비한 죄책감이 늘어진 뱃살만틈이나 무겁게 나를 짓누른다. 이건 쉼이 아니다 쉴 새 없는 영상물 시청으로 시간을 죽이고 나를 혹사시켰을 뿐... 자책감이 양심을 찌른다.
하루 한 편 일기처럼 쓰기로 한 브런치도 건너 뛰고도 그 와중에 밥은 세끼를 성실하게 챙겨 먹었다. 이런 내가 정말 싫지만 죄가 있다면 나의 의지 탓만 할 수 없는 것이 도무지 끊을 수 없는 K-콘텐츠들의 마력이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구차한 변명을 자신에게 해본다. 재미와 의미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K-콘텐츠들에 중독된 사람들이 어디 나 하나 뿐이랴? 이는 이미 전세계적인 현상이 되어버렸고 짝퉁전문 중국과 열등감 쩌는 일본이 아무리 모방하려고 애써도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인 대세인 것이다. 난 그 대세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하나가 된거고
죄책감, 자책과 반성, 변명, 자기합리화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리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주말에서 벗어나며 이제 다시는 이 악순환을 반복하지 말아야겠다는 결심과 함께 나를 이토록 사로잡은 K-콘텐츠의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변신하고픈 욕망 또한 꿈틀거린다. 나는 필드에서 플레이어로 뛰고싶지 갤러리에서 박수나 치면서 살고싶지 않다. 생산자(Creator)로 아니면 소비자(Consumer)로 살아야 하는데 나의 실상을 냉정하게 평가해보았을 때 플레이어로서도 크리에이터로서도 그다지 경쟁력 있어 보이지 않으니 파이팅하기엔 뒷심이 달린다. 별로 재미도 의미도 없는 나의 흑역사를 글쓰기 연습을 빙자하여 또 한 장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