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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이 젤 중허다.

Perspective counts above all

내게 익숙한 세계지도는 항상 내 나라가 중심에 있고 태평양 건너 동쪽에 아메리카 대륙이, 서쪽 끝에 유럽이 있다. 그래서 늘 극동이니 중동이니 하는 개념이 피부에 확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 나의 사무실 벽에 걸려있는 항공지도 역시 그렇다. 이는 한중일 3국 모두 마찬가지이리라.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굳게 믿고 나라 이름에도 가운데 中자를 쓰는 나라나 찬란한 태양이 뜨는 태평양을 바라보며 항상 해뜨는 제국으로 자기최면을 걸어온 日에게도 이 지도가 익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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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늘날 세계에서 통용되는 대부분의 지도들은 유럽을 중심에 두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거의 모든 표준을 세운 것이 유럽인들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하는 표준시, 지구를 동반구와 서반구로 나누어 유럽에서 가까운 쪽부터 근동(Near East), 중동(Middle East), 극동(Far East)으로 구별하고, 해 뜨는 쪽을 동양(Orient)으로 해 지는 자기들 쪽을 서양(Occident)으로 부르는 이분법도 모두 유럽을 기준으로 한다. 이미 존재하던 세계의 일부도 자기들이 유의미하게 문서화하고 인정하기 전엔 신세계이고 자기들은 유서깊은 구세계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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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구에서도 제일 끝 극동지역에서 살아온 내가 그 반대편으로 뻔질나게 드나들며 살아왔다만 올해는 그들보다 더 서쪽에 있는 아메리카로 동쪽 바다를 건너 두 번이나 다녀왔다. 이른바 구세계 맘대로 신세계라 불렸던 동네 사람들의 삶에 진한 애정과 관심이 나의 독서량을 늘려준다. 올해 또 한번의 남미 여행을 앞두고 공부하려니 머리가 아프지만 이해하려거나 외우려하지 않고 그냥 느끼려 한다. 어차피 내가 느끼는 감정과 아무 상관없이 세상은 굴러왔고 또 그렇게 돌아갈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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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으로 일제식민지의 노예가 되고싶어 안달이 난 자들에게는 유라시아 대륙의 끝트머리에 붙어있는 한 반도가 왜놈들의 대륙진출을 위한 발판이 될 운명의 나약한 토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륙을 향해 포효하는 호랑이와 같은 자존감을 갖고 당당하게 살아온 자들에게는 그 호랑이가 태평양을 향해 시원하게 배설한 똥 덩어리에 불과한 자들이 주제파악도 못하고 도발하는 꼴이 가소롭기 짝이 없을뿐이다. 약속의 땅을 앞두고 바짝 쫄은 메뚜기로 살 것이냐 아니면 그 곳을 취하는 정복자로 살 것이냐? 결국 역사를 바라보는,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에서의 차이가 모든 차이를 낳는다.


나는 깨알 같이 작은 글씨로라도 한반도의 동쪽 바다엔 꼭 한국해(Sea of Korea)를 합성으로라도 표기한다.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 있는 지구본에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지구본에도 기존의 Sea of Japan을 Sea of Korea 스티커로 감쪽 같이 덮어버렸다. 나 하나가 이렇게 행동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냐만 나 하나라도 이렇게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겠기에 외로운 늑대처럼 움직인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그 반향이 더 크고 효과적일 것이므로 일관되고, 지속적이고, 통합적으로 아직 끝나지 않은 독립운동을 내 삶의 영역에서 계속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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