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간의 북유럽 출장길에 오르며 지는 해를 바라본다. 여기서 해가 질 때 내가 가는 그 곳은 한 낮이다. 그렇게 시차를 넘나드는 여행을 많이 해도 나는 아직도 그게 신기하다. 내가 오늘을 살 때 어제를 사는 사람도 있고, 내일을 이미 살고 있는 사람도 있다. 시차라는 것도 나를 기준으로 할 때만 존재할 뿐 모든 사람은 자기를 기준으로 현재를 살고 있을 뿐이다. 시차 때문에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시차가 뭔지 정말 난 모르겠다. 그냥 내가 간 곳이 아침이면 아침을 사는 것이고, 저녁이면 저녁에 맞춰 살면 되는 것이지 왜 그게 힘들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지난 주엔 해 뜨는 동쪽에 있었던 내가 이번 주부터는 해 지는 서쪽에서 지낸다. 그 해지는 서쪽도 더 서쪽에서 보면 해 뜨는 동쪽이지만 일단은 둥근 지구를 잠시 정지화면으로 세워두고 유럽인들이 자기를 기준으로 동서를 나눴으니 편의상 그 구분법에 나도 편승한다. 이미 대세가 되어버려 뒤집거나 대체하기 힘든 현실이 되어버렸으니 인정하고 사는 수 밖에 없다. 이번엔 또 어떤 인생들을 만나서 어떤 여행이 펼쳐질까? 같은 공간 같은 여정이라도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내는 새로운 여행, 새로운 인생이 기대된다. 달라도 너무나 많이 달라서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내 수용성의 한계가 얼마까지 더 넓어질 수 있는지 이번에도 확인해봐야겠다.
서해 너머로 넘어가는 해 방향으로 부지런히 날아가면 지나가버린 시간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시간을 따라잡으면 지나가버린 기회도 다시 잡을 수 있을까? 말도 안되는 시덥잖은 소릴 오늘의 일기랍시고 주저리주저리 몇자 남기고 야간비행길에 오른다. 내 브런치 스토리의 컨셉은 여행일기가 맞는 것 같다. 개똥철학 연습은 충분히 해본 것 같고 나조차도 재미없어서 읽기 싫으니 그냥 내 이야기를 이어나가보자. 나라도 읽어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