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에서 무덤까지, 스톡홀름?
빨리빨리 한국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여행, 북유럽4국9일, 실제로는 기내2박 빼고 현지에서 만 6박7일 동안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에 덴마크까지 돌아보는 올해의 마지막 북유럽 출장을 나왔다. 한 번 나온 김에 한 나라라도 더 보고 가고싶어하는 대다수 한국인의 니즈가 만들어낸 이 여행상품은 누가 뭐래도 스테디셀러이다. 네 나라의 수도인 헬싱키, 스톡홀름, 오슬로, 코펜하겐을 들르지만 밥 한 끼 먹고 반나절만에 휙 떠날뿐 1박도 머물지 않는다. 그래도 이 짧은 시간에 네 나라 땅을 다 찍고 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여정이다. 이렇게 영혼이 없는 일정에도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주는 것이 또한 나의 임무이기도 하다.
핀란드의 옛 수도 투르쿠를 떠난 페리가 밤새 발트해를 건너 스톡홀름에 도착하니 배 뒷편으로 해가 뜨려한다.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도 않은 도시를 멀리 한국에서 온 여행자들이 먼저 접수한다.
북유럽 4개국 중 제일 덩치가 큰 나라의 수도답게 스톡홀름은 첫인상부터 시원스럽게 쫙 펼쳐져 있다. 물 위의 하룻밤을 보낸 뒤 물 위의 도시를 만난다.
이른 아침의 구도심(Gamlastan)은 인적조차 드믈어서 늘 사람들로 북적이던 도시가 영화 촬영 전 세트장처럼 온전히 텅 비어있다. 이 고요한 공간감이 오히려 더 충만하게 느껴진다.
두꺼운 강철판 위에 종이 오리듯 만들어 낸 말 한 마리가 경탄스럽다.
그 푸르던 담쟁이넝쿨은 화려하게 갈아입고 주어진 삶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지금이 전성기라고 선포한다.
사회복지의 모델이 되었던 스웨덴의 "요람에서 무덤까지"가 그려져 있는 스톡홀름 시청사 내부
사랑의 결실로 태어나 축복 받으며 자라난 우리
뜨거운 사랑도 나누며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지만
처자식 먹여 살리며 인생의 질고를 지고 살다가 늙어지고
결국엔 누구나 가는 그 길로 돌아간다.
스웨덴식 사회복지의 모델도 이젠 한계에 부딪쳐서 신음하지만 단순하고 실용적인 스웨덴식 해법으로 결국엔 돌파구를 찾아내게 되길 바란다.